예나 지금이나 새 생명을 기다리는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은 ‘똑똑한’ 아이의 탄생이다. 그저 건강하면 된다는 소박한 소원도 있지만 아이의 타고난 두뇌는 아직도 많은 부부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지능은 원래 부모의 영향을 받아 타고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영향은 10% 미만에 불과하고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신 초기 임신부와 가족들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태아의 뇌는 수정 후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임신 2주가 지나면 신경판과 신경관이 생기고 4주가 지나면 점차 성인의 뇌 모양을 갖춘다. 임신 10주가 지나면 척수 신경세포가 손과 발 끝까지 이어지고 근육과 결합된다. 이후 생후 12주까지 기본적인 뇌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신경세포(뉴런)가 자리를 잡는다.
17~25주째에는 대뇌반구의 바깥쪽 1.5~4.5㎜의 대뇌피질 대부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대뇌피질은 사고(지성), 감성(정서), 운동중추를 관장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임신 37~38주째 출산 시기가 되면 태아의 대뇌피질이 제 모양을 이루고 성인처럼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형성된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가 1000조개에 달한다.
태아의 뇌는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수초화가 진행된다. 수초는 뇌를 포함해 체내의 모든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질이다. 수초가 많으면 뉴런을 지나가는 전기자극이 빨리 전달돼 지능을 높아진다. 수초화는 태아 때부터 미미하게 시작된다. 즉 임신 초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태아의 뇌는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초기라고 해서 음식 섭취를 소홀히거나,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흡연·음주 등을 지속할 경우 아이의 뇌 건강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태아의 뇌 발달을 위해 임신부는 마음을 편히 갖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중요하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스테로이드호르몬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혈액으로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전해진다”며 “이 과정에서 임신부의 자궁근육이 수축되면서 혈류량이 떨어지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뇌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자폐증이나 집중력장애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두뇌는 인체에 들어오는 산소의 3분의 1 이상을 소모한다. 특히 태아의 뇌는 성장이 빨라 필요한 산소량이 더 많다. 이로 인해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두뇌 활동이 둔해지고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책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혈액순환을 개선해 태아의 뇌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킨다. 불포화지방산 DHA(docosa hexaenoic acid)가 다량 함유된 등푸른생선이나 해조류도 꾸준히 섭취한다. 태아의 뇌세포분화와 발달이 가장 왕성한 임신 20~30주쯤 단백질과 DHA가 풍부한 양질의 육류나 등푸른생선, 계란, 두부, 콩, 우유, 치즈 등을 자주 먹어준다. 아연,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미네랄 등 영양소는 뇌 발달 및 집중력 향상에 필수 영양소다. 비타민A·C·E와 셀레늄 등 항산화제는 뇌를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해준다.
임신부의 영양 상태가 나쁘면 태반이 잘 자라지 못해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자궁 내 태아의 성장과 뇌 발달이 지연된다. 특히 비타민C 부족은 태아의 뇌기능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뇌는 성장 과정에서 산소뿐만 아니라 비타민C도 상당한 양이 필요하다. 이 영양소는 단순히 활성산소로부터 뇌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뇌 발달과 기능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발달 단계에 있는 태아의 뇌는 항산화 보호시스템이 미성숙해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에 취약하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는 “임신기간 모체의 비타민C 결핍은 태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성장과정에서도 운동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임신부는 임신기간에 음식이나 보충제로 비타민C를 섭취해 하루 권장량인 100㎎ 이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열탕 목욕은 임신부가 피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자궁과 태반의 혈관이 확장돼 임신부 혈액 속 물질이 쉽게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럴 경우 태아의 뇌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시끄러운 소음이나 리듬이 너무 빠른 음악도 피한다. 시끄러운 소리는 태아의 뇌로 가는 혈액량을 감소시킬 수 있어 자연의 소리나 클래식 등을 즐겨들으며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도록 한다. 김영주 교수는 “청각은 태아의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기관으로 아름다운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 다정한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정서적인 안정은 물론 소리를 통한 감각자극으로 두뇌발달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 임신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수학태교와 영어태교는 오히려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줘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연구결과 학습태교를 실시한 임산부의 50%가 스트레스를 경험해 정서적인 안정에 도움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수학태교나 영어태교 같은 학습태교가 아이의 두뇌발달과 영어능력 향상을 돕는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며 “태교의 근간은 임산부가 평안한 마음으로 태아와 사랑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