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관련 보도가 암의 심각성에 대해선 과도하게 부각한 반면 예방법 제시에는 소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기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심민선 인하대 교수, 김용찬 연세대 교수, 계수연 국립암센터 박사팀과 1138건의 암 관련 보도를 국가암등록통계로 분석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19개의 신문매체(종합일간지 16개, 의학전문지 3개), 3개의 TV매체(KBS, MBC, SBS), 한 개의 통신사(연합뉴스)에서 5년간 보도한 1만3500여건의 암 관련 보도 중 매체별 보도량에 따라 무작위 층화 추출한 1138건을 확장된 병행과정 모델에 입각해 분석했다. 확장된 병행과정 모델은 개인이 두려움을 느끼는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예측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킴 휘트(Kim Witte)가 개발해 1994년 발표한 연구모형이다.
이번 연구결과 구체적인 암 예방법을 알려주는 보도보다 암에 대해 위협감을 높이는 보도가 많았다. 암 발생률·사망률·증가율 면에서 실제 현황보다 심각성이 부각되거나 예방법에 대한 내용이 충분치 않았다.
정기적인 암 검진이나 금연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의 경우 30% 이상의 보도가 예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발생률과 사망률 대비 폐암과 위암, 증가율 대비 유방암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방법 제시가 불충분했다. 발생률 면에선 피부암·간암·췌장암, 사망률은 피부암과 췌장암, 증가율 면에선 폐암·간암·췌장암이 다른 암종보다 지나치게 심각성이 부각됐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강 관련 보도의 경우 사실과 근거에 입각한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암처럼 심각성이 널리 알려진 질병일수록 실천 가능한 예방법 등을 소개해 보도를 접하는 사람에게 과도한 두려움이나 불안보다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JKMS)’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