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리스챤 디올’ 코스메틱이 행동신경학 권위자 아르노 오베르 박사와 ‘탄력이 떨어져 처진 얼굴을 뇌가 어떤 인상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측정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뇌는 피부탄력을 직관적인 감정 신호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이 처질수록 상대방에게 슬픔, 피로, 불쾌감 같은 부정적 인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름은 노화의 흔적으로 남는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노숙함, 현명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요인이란다. 중년층이 안티에이징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 중에서 유독 개선하기 어려운 주름이 양쪽 눈 아래에 대각선으로 생기는 ‘인디언주름’이다. 인디언들이 용맹함을 상징하기 위해 눈 아래에 페인팅을 한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김태헌 라봄성형외과 원장은 “노화는 얼굴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며, 그 중에서도 눈가 피부는 유독 얇다보니 나이가 드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인디언주름은 의학적으로 광대인대 및 주변근육이 처지면서 유발된다. 눈 아래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거나, 눈 아래 부분에서 광대를 가로지르는 부위가 사선 모양의 움푹 패인 게 특징이다. 액션영화의 첩보원의 얼굴에서는 카리스마를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짙게 나타나면 ‘무섭고 억센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무시할 수 없는 유전적 원인 … 노화로 피부 처지며 유지인대 약해져
특정 부위에 주름이 지는 것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 탓이 크다. 인디언주름은 기본적으로 피부를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유지인대’가 약해지면서 광대 부위의 지방주머니가 처지고 피부가 늘어나며 유발된다. 하지만 3가지 팩터에 의해 발생 유형이 달라진다.
우선 광대뼈 지지인대가 지나치게 발달한 경우 웃을 때 인대가 피부를 당겨 보조개처럼 피부가 꺼져 보이며 주름을 형성할 수 있다. 반대로 앞광대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지방주머니와 근육이 처지고 앞광대에 골이 생기면서 인디언주름이 나타난다.
둘째, 광대지방주머니와 볼지방주머니가 과도하게 발달해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광대뼈 지지인대 양쪽의 지방주머니가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광대 부위가 꺼져 보여 인디언주름이 질 확률이 높다.
셋째, 노화로 피부가 처지기 시작하면 피부밑 얼굴지방이 얇아지는 데다가 골다공증이 생겨 광대뼈가 흡수되면서 지지인대가 약해진다. 이런 경우에도 안면부 골격구조가 드러나고 조직이 아래로 처지면서 광대뼈 아래로 주름이 형성된다.
장시간 안경착용 및 엎드려 자는 습관
유전 및 노화 문제 외에도 생활습관 때문에 주름이 형성되기도 한다. 김태헌 원장은 “장시간 안경을 착용하거나 엎드려 자는 습관이 최악”이라며 “습관 탓에 이른 나이에도 인디언주름으로 마음고생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안경을 벗은 뒤 눈 밑에 자국이 자꾸 남는다면 조금 더 넉넉한 사이즈의 안경으로 바꿔본다. 특히 뿔테안경을 오래 착용하면 안경테가 눈 밑을 자극해 주름으로 번지기 쉽다. 학교나 직장에서 무심코 책상에 엎드려 자는 습관도 팔 등에 얼굴이 눌리며 주름을 형성할 수 있다.
인디언주름 등은 리프팅크림이나 마사지 등으로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형성된 경우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는 있지만, 예전처럼 팽팽한 눈가를 만들고 싶다면 의학적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김 원장은 “인디언주름에 흔히 필러시술이나 실리프팅 등을 흔히 떠올리지만 이들 방법은 유지인대를 박리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충물로 주름을 커버하는 단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인디언주름의 경우 주름을 형성하는 주요인인 유지인대를 박리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