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시술 적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의협은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의 문제점과 위법성을 지적하는 반면 치협은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이 안전하고 합법적이라고 반박하는 양상이다.
의협과 치협의 ‘보톡스 전쟁’은 치과의사 정모 씨가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름을 치료하기 위해 두차례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뒤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으면서 촉발됐다. 양 측간 공방은 8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치협은 안면 부위 시술이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치과대학의 교육과정인 ‘구강악안면외과’는 국가전문의를 배출하는 전문 진료과목인 만큼 미간 또는 눈가 주변에 미용을 목적으로 한 보톡스주사도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치과대학의 구강악안면외과 관련 수업시간은 총 200시간인 반면 의과대학에서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및 피부과의 ‘악안면 영역’에 대한 교육시간은 모두 합해도 치과대학의 절반 수준이라고 치협은 전했다. 치과의사에게 보톡스 시술은 이갈이, 사각턱 및 안면신경 부조화 등에서 보편화된 시술이라는 점도 치협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다.
그러나 의협은 국민 10명 중 7명은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시술을 하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치과의사의 보톡스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치과의사가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을 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라는 치협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외국은 의사 면허와 치과의사 면허를 모두 취득해야 치과의사의 보톡스시술을 허용하기 때문에 치과의사가 구강악안면부위에 대한 진료를 아무 제한 없이 가능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반박했다. 예컨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미국 하버드대·컬럼비아대·메이요클리닉 등에서는 의사와 치과의사 면허를 둘 다 요구하는 이중면허(복수면서)제도라고 설명했다.
보톡스시술이 단순히 교육만 받고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아닌데다 보톡스 원리 및 시술방법을 기술하기 위해 참고한 문헌들이 대부분 치과 관련 논문이 아닌 의료계에서 기술한 논문과 교과서를 근거로 한 점도 보톡스시술이 일반의사에게만 허용해야 하는 이유라고 의협은 보고 있다.
아울러 ‘구강악안면외과’의 치료 영역은 얼굴 전반부가 아닌 치아와 턱에 해당하는 부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악안면’을 ‘안면’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순수한 전문과목이 아니라 의학의 한 분야인 악안면외과와 치학의 한 분야인 구강외과가 융합한 전문과목인 반면 국내 구강악안면외과는 순수한 치과의 영역인 구강외과가 이름만 구강악안면외과로 변경한 것이므로 의학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치과의 대표적인 시술인 임플란트의 효시도 정형외과라면서 의사와 치과의사는 고유 면허와 업무범위내에서 해당 분야의 의료행위만 해야하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가 임플란트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과의사가 미간, 이마 등에 대한 미용 보톡스 시술뿐 아니라 더 나아가 쌍꺼풀시술 등 안면부 시술을 가능케 하려다 정작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치과의사가 미간, 이마 등에 미용 보톡스시술을 하면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라는 홍보 책자를 발간해 배포한 바있다. 의협 관계자는 “단순하게 교과서에 포함되어 교육을 받았다고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의료전문가로서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의과와 치과 각각의 분야는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22 단독재판부(재판관 황병헌)는 8일 김세영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덴탈투데이의 기사와 관련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8일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가 보도한 ‘치협 미불금, 영수증도 하나 없나’ 기사에 대해 △2013년도 공금 13억원 가량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암시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고 △기사 게재 이전에 피고로부터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위한 연락을 받거나 취재요청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어 당사자로서 기본적인 반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으며 △원고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고 △피고가 이 기사에 적시된 치협 A, B 이사의 실명 확인 요구를 거부했다며 지난해 12월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