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많은 봄·여름에는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과정에서 뼈가 골절돼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뼈가 가늘고 골막은 두꺼워 외부충격이 가해질 경우 뼈가 엿가락처럼 휘면서 성장판이 손상되기 쉽다. 실제 소아골절 중 성장판 손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로, 이 중 10∼30%에서 성장판 손상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짧아지거나 휘어지는 변형이 나타난다.
성장판은 뼈 성장을 담당하는 부위로 팔·다리·손가락·발가락·손목·팔꿈치·어깨·발목·무릎뼈 중 관절과 직접 연결된 긴뼈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 뼈보다 약한 연골로 이뤄져 외부충격에 약하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성장 과정에서 특정 부위의 뼈 길이가 짧아지거나 관절이 한쪽으로 휘어지고 심할 경우 성장장애로 이어진다.
보통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손을 지면에 먼저 짚어 상지 부위의 성장판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골절 환자의 3분의 2 가량이 팔꿈치, 손목, 어깨 등 상지 부위가 골절돼 병원을 찾으며 이 중 절반이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성장판은 연골로 이뤄져 X-레이 상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데다 아이들은 자신의 증상이나 통증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손상 정도를 알기 어렵다. 골절된 모양새에 따라 성장판 손상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골절선이 성장판만을 통과하는 형태라면 성장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는 희박하다. 하지만 골절선이 성장판을 가로지르며 관절까지 침범했다면 성장장애 위험이 높아 수술로 골절돼 어긋난 관절면을 정확히 맞춘 뒤 경과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성장판 손상 후유증은 길게는 1년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 골절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한 관절 부위가 한쪽으로 휘어지거나, 관절 부위에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면 성장판 손상으로 성장장애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아정형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아이가 걸음을 걸을 때 뒤꿈치를 들고 걷거나 다리를 절거나, 손목 손상 후 글 쓰는 자세가 예전과 다르게 변하거나, 양쪽 팔꿈치의 모양이나 각도가 달라졌다면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박광원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골절로 인한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을 할 때 아이에게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기 전 팔꿈치나 무릎 등 주요 관절 부위에 보호장비를 착용토록 한다”며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유연하게 해주는 것도 골절사고 예방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친 부위가 계속해서 부어오르거나 가만히 있어도 아이가 심하게 아파한다면 골절이 의심되므로 당황하지 말고 아이를 안정시킨 뒤 다친 부위를 최대한 고정시킨 뒤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다친 부위를 함부로 움직이면 자칫 골절 부위 주변의 혈관이나 신경조직까지 손상될 수 있어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섣불리 만지지 말고 의사나 응급구조 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