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모 씨(33)는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허리와 엉덩이가 뻣뻣하고 간간히 발뒤꿈치에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을 찾아 X-레이를 찍었지만 뼈나 근육에는 별 이상이 없고 아킬레스건염이 조금 있는 것 같다며 소염진통제만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조금 가라앉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은 다시 심해졌고 최근엔 허리를 쉽게 펴기가 힘든 지경이 됐다. 증상이 무릎까지 번지자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강직성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강직이 오는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허리, 등, 목이 서서히 굳어진다. 척추뼈와 뼈 사이 구조물인 추간판(디스크)이 탈출되는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과는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국내 환자는 약 3만7000여명으로 주로 10~30대 젊은 사람에서 자주 발병한다. 과거엔 남성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결과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2대 1일 또는 3대 1로 여성에서도 비교적 흔히 발병한다. 발생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면역반응 이상 등 다양한 요인이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담배가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명도 생소한 데다 엉덩이통증과 허리통증이 동반돼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이로 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절이 한번 강직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어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서서히 시작된 허리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혹은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할 때 엉덩이통증이 심해지고 뻣뻣한 느낌이 들거나, 운동 후 오히려 통증이 호전되는 경우에 1차적으로 강직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10대의 어린 나이 때부터 발뒤꿈치나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자주 생기거나, 포도막염 등으로 눈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무릎·발목이 붓거나, 가슴통증이 생기는 증상도 강직척추염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다.
최상태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치료가 늦어지면 엉치엉덩관절이나 척추가 점점 굳어지고 발뒤꿈치·무릎·앞가슴뼈 부위 말초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척추에 염증이 생긴 상태가 지속되면 척추뼈가 붙어 젊은 나이인데도 몸이 앞으로 굽으면서 허리와 등이 꼬부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도막염, 염증성장질환, 건선, 대동맥판막질환 및 호흡기질환 등의 전신적인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질환을 치료하려면 금연과 함께 스트레칭을 실시해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키고, 수영이나 걷기 등 유산소운동과 적절한 근력운동을 병행한다. 증상을 완화시킨 뒤에는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및 종양괴사인자억제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최 교수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치료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므로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지속적으로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