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一(일) 능이, 二(이) 표고, 三(삼) 송이’란 말이 전해진다. 능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등은 버섯류 중 맛이 좋고 식감도 뛰어나 ‘버섯 3대장’으로 꼽힌다. 최근엔 송이버섯의 인기가 가장 좋지만 일부 미식가들은 능이버섯을 으뜸으로 꼽는다.
능이버섯은 민주름버섯목 굴뚝버섯과에 속한다. 능이(能?, 能耳)의 한자어 의미는 ‘나무에 붙어사는 버섯’이지만 실제로는 참나무 뿌리에서 균생한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만 자생하는 버섯이다. 갓의 크기는 7~40㎝이며, 높이는 7~30㎝에 이른다. 갓 표면에는 까칠한 비늘과 같은 인편(鱗片)이 있다. 생육 초기에는 연한 붉은빛이 돌지만 자라면서 흑색을 띠다가 붉은 갈색으로 변한다.
독특한 향 때문에 ‘향버섯’으로도 불린다. 풀향기, 꽃향기, 흙향기 등이 어우러져 있다. 채취 후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향은 점점 사라진다.
참나무 낙엽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아직 인공재배가 되지 않아 자연에서 직접 채취해야 한다. 낙엽과 마사토가 일정 비율로 잘 섞이고 약간 경사진 곳이 최적의 생육지다. 24절기 중 백로(올해는 9월 7일) 이후 땅을 뚫고 나와 10월 중순까지 채취할 수 있다. 그해 비가 많이 오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3년에 한 번 정도만 채취가 가능한 귀한 버섯 중 하나로 꼽힌다.
능이버섯은 무늬노루털버섯, 노루털버섯 등과 헷갈리기 쉽다. 무늬노루털버섯은 갓 윗면에 불에 그을린 것 같은 까칠한 비늘이 없을 뿐 생긴 게 거의 흡사하다. 노루털버섯은 갓 밑면에 뾰족한 바늘의 형태가 없고 갓 중심부에 구멍이 뚤려 있지 않다. 무늬노루털버섯은 독버섯은 아니지만 식용하지 않고, 노루털버섯은 식용한다.
능이버섯을 생으로 먹을 경우 가벼운 식중독 증상을 나타날 수 있다. 성질이 찬 음식이라 위에 부담을 줘 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능이버섯을 적당히 먹는 게 좋다. 게다가 떫은 맛이 강하므로 반드시 한 번 데친 후 요리에 활용해야 한다. 능이버섯은 향이 짙고 독특한 데다 씹는 질감도 뛰어나다. 구워 먹거나 데쳐 먹어도 좋지만 육류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능이버섯은 예부터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소화제를 대신해 먹었다. 실제로 능이버섯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가 다량 함유돼 있다.
능이버섯은 식용 부위 기준으로 100g당 탄수화물 4.50g, 단백질 2.30g, 식이섬유 4.7g 등이 함유돼 있다. 능이버섯에 들어있는 렌티안(Lentian) 성분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능이버섯은 기관지를 보강하는 효과도 갖고 있어 기관지염이나 기침으로 고생할 때 달여 먹으면 좋다.
능이버섯은 표고버섯이나 송이버섯과 달리 고문헌에서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렵다. 조상들은 갓 위에 털이 있고 밑에 무늬가 없는 것을 독버섯으로 취급했다. 적색을 띠는 것도 독이 있다며 식용을 금했다. 능이버섯은 조상들이 구분지었던 독버섯의 형태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과거 능이버섯은 독버섯으로 취급해 식용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능이버섯이 지역이나 시기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관련된 역사적 기록이 정리되지 못한 탓에 관련 기록이 적어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능이버섯 연간 채취량은 대략 50t~60t다. 매년 강수량에 따라 수확량이 들쑥날쑥하다. 작황에 따라 지역 경제에 영양을 미치다보니 강원도, 경북도 등 주산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공재배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인공재배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개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강석 신농버섯연구소 대표는 “버섯이 올라오기 전 단계인 균핵 형성까지 인공재배 기술이 개발됐다”며 “올해부터 인공재배된 능이버섯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