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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뚜기보다 덩치 큰 ‘한치’ … 맛은 두족류 중 최고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5-31 14:07:41
  • 수정 2016-05-31 14: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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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류성으로 제주도 인근서 수확, 최근엔 베트남산 수입 … 한치뼈, 상처난 위벽치료에 효과

한치는 흔히 오징어나 꼴뚜기와 비교된다. 셋 모두 열 개의 다리를 가졌다. 이 중 양 쪽 끝에 붙은 두 개는 ‘촉완’으로 사냥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촉수다. 평소에는 촉완을 숨겨뒀다가 사냥이나 구애를 펼칠 때 쫙 편다. 죽으면 축 늘어진다.

한치, 오징어, 꼴뚜기 등은 모두 살오징어목에 속한다. 눈이 퇴화해 안막이 있으면 폐안아목 꼴뚜기과, 눈이 남아 있어 안막이 없으면 개안아목 살오징어과로 구분된다. 즉 오징어만 살오징어과로 분류된다.

꼴뚜기과는 크기에 따라 대형꼴뚜기류와 소형꼴뚜기류로 나뉜다. 대형꼴뚜기류는 최대 몸통 길이가 40㎝ 가량 되는 것으로 한치꼴뚜기, 화살꼴뚜기, 창꼴뚜기 등이 있다.
소형 꼴뚜기류는 다 커도 10㎝에 불과하며 반원니꼴뚜기, 참꼴뚜기, 꼬마꼴뚜기 등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대형꼴뚜기류는 한치로, 소형 꼴뚜기류는 꼴뚜기로 통칭한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조선시대 해양생물을 집대성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오징어, 꼴뚜기, 한치 등을 묶어 종잇장처럼 얇은 뼈를 가지고 있는 귀중한 고기라는 의미로 ‘고록어(高祿魚)’라 칭했다. 고록어는 꼴뚜기의 옛말이다. 즉 과거에는 오징어, 꼴뚜기, 한치 등을 꼴뚜기로 통칭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옛 문헌에 적힌 ‘오적어’(烏賊魚)가 오징어를 뜻한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갑오징어를 뜻한다. 갑오징어는 등면에 길고 납작한 뼈조직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한치는 제주도에서 많이 잡혀 흔히 제주한치로도 칭한다. 오징어와 달리 몸통이 길쭉하고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다. 한치란 이름은 다리 길이가 한 치(一寸)밖에 되지 않는 데서 붙여졌다. 다 큰 것은 40㎝ 정도다. 수컷 중에서는 50㎝까지 자라기도 한다. 한치는 암수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암컷은 통통하며 생김새가 오징어와 비슷하다.

해안가에서 떨어진 먼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6~10월)가 되면 무리지어 연안으로 접근한다. 아직까지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알을 낳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동해안에서도 한치가 잡힌다. 하지만 경북 포항시 후포리 일대에서만 어획된다. 제주와 포항 일대를 제외한 나머지 해역에서는 난류성인 한치를 보기 힘들다. 남해에서도 대량으로는 좀체 발견되지 않는다.

예부터 한치는 오징어나 꼴뚜기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치가 제주 대표 수산물로 대중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다. 이전에는 오동나무나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낚시대에 문어, 방어, 놀래기 등을 미끼로 사용했다. 어획량이 적고 산 채로 옮길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자가 소비에 그쳤다. 1980년대 중반 성산포수협을 중심으로 오징어 채낚기가 본격화되면서 한치잡이도 성행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들여온 한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다.

꼴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주로 잡힌다. 연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탓에 근해에서 회유하는 오징어보다 이동을 많이 하지 않고, 이에 따라 가로근육이 덜 발달돼 오징어보다 맛이 연하고 부드럽다. 조그만 덩치에 뼈대까지 부실해 몸체가 흐느적거리는 데다 뱃속에 먹통까지 달려 까맣다. 외모가 초라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의 억울한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한치와 꼴뚜기는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거의 없어 훌륭한 다이어트식이 된다. 특히 한치에 포함된 타우린 함량은 100g 당 327~854㎎로 일반 어류에 비해 2~3배 가량 높다. 한방에서는 한치뼈를 바짝 말려 감초와 1대 1 비율로 넣은 뒤 갈아 사용한다. 이를 공복에 복용하면 상처난 위벽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한치뼈는 몸통에 있는 석회석 물질로 수산화알루미늄과 유기물질로 구성돼 염증 부위에 바르면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를 가진다.

한치는 회나 물회로 활용해 먹는다. 비빔밥에 넣거나 고추장에 무쳐 즐기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한치회는 인기가 좋다. 일본을 방문하면 일식당에서 ‘이카츠쿠리(イカ活造り·산 오징어회)’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한치회를 일컫는다. 몸통은 회로 이용하고 지느러미와 다리는 튀겨 먹는다. 꼴뚜기는 주로 조림이나 볶음으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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