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전에 딴 우전차와 세작·중작·대작 등 보통차로 나눠 … 감기약과 함께 복용하면 카페인 증강 역효과
최근 몇년 새 고유의 천연색소를 가진 컬러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중 그린푸드로 지칭되는 녹색 음식은 시각적인 긴장은 물론 신경과 근육의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녹색 음식인 녹차는 예부터 효능이 여러 문헌에 기록돼 전해져 온다. ‘동의보감’에서는 녹차는 혈압을 내리고 소화를 도우며 잠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적혀져 있다.
녹차의 원료나무인 차나무는 동백나무과에 속하는 관목으로 중국, 인도 등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퍼졌고 지금은 중국과 일본이 차 생산국 1·2위를 다툰다. 국내에는 신라시대 당나라로부터 전해져 지리산 일대에 심어졌다. 전남 보성군, 경남 하동군, 제주도 등이 대표적인 녹차 산지로 꼽힌다. 이 중 보성군에서 수확되는 찻잎은 국내 생산량의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차나무는 비교적 따뜻하고 강우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심은 지 3년 이상이 되면 잎을 딸 수 있다. 찻잎은 5월, 7월,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주로 수확하는 데 수확 시기에 따라 부르는 명칭에 세분돼 있다.
우전차(雨前茶)는 곡우(양력 4월 20일경) 전에 싹이 피지 않은 아주 어린 잎을 따서 만든 차다. 우리나라는 곡우보다 입하가 수확 적기이나, 곡우 4∼5일 전에도 남쪽지방의 따뜻한 곳에서는 차를 딴다. 차 맛이 여린 듯하면서도 은은하고 향이 진하다. 생산량이 극히 적어 곡우 이후에 딴 우후차(雨後茶)보다 가격이 비싸다.
우후차는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뉜다. 세작(細雀, 어린차)는 곡우에서 입하(양력 5월 5일경) 사이에 딴 잎이 다 펴지지 않은 잎을 따서 만든 차다. 가장 대중적인 차에 가까우며 색, 향, 미를 모두 골고루 즐길 수 있다. 중작(中雀, 보통차)은 입하 이후 6월 중순 사이에 잎이 좀 더 자란 후에 만든 차다. 대작(大雀, 끝물차)은 한여름 6월 하순 이후부터 8월 하순까지 중작보다 더 펴진 잎을 따서 만든 아주 거친 차다.
차는 발효 여부에 따라 녹차(綠茶), 우롱차(烏龍茶, 오룡차), 홍차(紅茶) 등으로 나뉜다. 모두 건조한 찻잎을 더운 물에 우려 마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녹차는 발효 과정 없이 수증기로 쪄낸 것이며, 우롱차는 10~75% 가량, 홍차는 그 이상 발효한 것이다. 최근 건강차로 인기가 좋은 보이차는 말린 찻잎을 습도 80% 가량의 창고에서 2~5년간 쌓아 곰팡이균을 번식시킨 것이다.
녹차에는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말린 녹차잎 100g에 함유된 비타민C는 약 67㎎으로 청포도의 약 6배 이상이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인 카테킨은 녹차 건조중량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카테킨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항산화작용으로 염증을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카테킨은 뜨거운 물에서 잘 우러나온다. 성분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녹차를 1분 이상 팔팔 끓여 내는 게 좋다. 녹차 티백의 경우 찻잎이 잘려있으므로 물과 닿은 표면적이 넓어 30초 이상 우려내면 충분하다. 하지만 카테킨은 많이 나올수록 쓰고 떫은 맛이 강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박근형 전남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부드러운 맛과 충분한 카테킨 성분 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70~80도의 물에 녹차를 두세 번 우려내 모두 마시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차 속 카테킨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하루에 두 세잔 가량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 녹차를 하루 300㎖ 이상 마시면 혈중 항산화력이 증가해 항암 효과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2000년 일본 사이타마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역학 연구에서 하루 3잔 이상의 녹차를 마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모든 암에서 발병률이 적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녹차는 노화 지연, 비만 등 성인병 예방, 중금속 및 니코틴 배출, 피로회복과 숙취해소, 변비 치료, 충치 예방, 산성체질 개선, 염증과 세균 감염 억제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녹차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적정량의 카페인은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하도록 도와주며 이뇨작용으로 노폐물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녹차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콧속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약에 사용되는 슈도에페드린은 카페인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 혈중 카페인 농도를 높일 수 있다.
플루코나졸, 테르비나핀 등 성분을 함유한 항진균제(무좀약)나 플루복사민이 포함된 항우울증제를 먹는 사람들도 녹차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시메티딘 성분이 함유된 위·십이지장궤양약, 에스트로겐 성분이 있는 갱년기장애 호르몬요법제, 피임약 등을 복용하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들 성분과 카페인을 동시에 복용하면 카페인이 약물의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약물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녹차는 성질이 찬 음식으로 분류돼 한방에서는 태음인이나 소음인은 소화불량, 두통,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다량 섭취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복 상태에서 녹차를 마시면 위장활동이 촉진돼 속이 쓰리고, 공복에 아주 자주 마시면 위벽이 깎이거나 얇아지는 역효과가 나므로 자제하는 게 좋다.
김달래 한의원 한의사는 “녹차를 자주 마시면 칼슘이 많이 배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평소 몸이 차고 맥이 약한 태음인이 과다 섭취할 경우 체력이 약해지고 심하면 위축성 위염까지 발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녹차는 전통 방식처럼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 냉장보관한 상태에서 차게 마시면 위 기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 때문이다. 일부 연구진들은 일본인들이 중국인보다 위 관련 질환이 많은 원인으로 녹차를 차게 마시는 습관을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