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미용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제프리존’ 정책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의 모임인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회장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는 26일 성명을 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의료계의 근간을 무너트리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제19대 국회 임기내에 통과시키려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별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업종·입지 등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24일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시도별 지역전략산업 자율 선정 △지역전략산업 육성에 필요한 재정·세제 등의 지원 근거 규정 △네거티브 규제개선 시스템 명문화 △규제프리존 특별위원회·사무국 설치 등이다.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규제프리존 도입으로 지역 미래 먹거리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망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주도의 자생적인 발전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법안이 의료 부문에 적용될 경우 경제적인 관점에 치우쳐 의료영리화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규제프리존이라는 명목 아래 정부가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협의회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영리병원 도입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규제프리존 내의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는 수가인상이 아닌 부대사업 허용을 통해 의료기관의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영리병원의 도입을 가속화해 이미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1차의료을 고사시켜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용업 종사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미용업자들의 의료기기 사용은 유사의료행위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비판은 국민과 의료계가 떠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미용사·의사·약사 등 인간 신체를 다루는 업종은 국가면허를 취득한 개인에 한해 미용실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자본력이 있는 법인이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종까지 진출해 상권을 잠식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취지다.
협의회는 “의료계에 필요한 실질적 규제개선이 아닌 국부 및 일자리 창출 목적의 맹목적 규제완화는 보건의료의 왜곡현상을 초래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