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은 한시적 식품원료였던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밀웜, mealworm)를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했다. 지난해 11월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식용곤충업계가 고소애에 대한 규제를 정비해달라고 건의한 것의 후속조치다. 한시적 식품원료가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모든 식품업계 종사자는 제조·가공·조리에 고소애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식용곤충의 식품원료 인증을 위한 기반 연구에 19억원, 고소애 조리법 및 제품 개발에 7억원, 식용곤충 조리법 연구에 9억원 등을 식용곤충 활성화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일반인과 환자를 위해 130여가지의 음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농진청은 고소애를 이용한 음식을 가정이나 식당에서 손쉽게 만들도록 내년에 책으로 제작해 보급하는 한편 제품화도 추진한다. 환자식은 임상 영양시험을 거쳐 내놓을 예정이다.
고소애는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본래 이름은 갈색거저리 유충이지만 소비자들이 명칭에 따른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해 11월 곤충 현장 간담회에서 곤충 농가들이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명칭 변경을 건의한 게 반영된 것이다. 관계자 협의회는 온라인 공모를 거쳐 총 774점 중 고소애를 최종 이름으로 확정했다.
고소애는 알에서 나와 3~4개월간 껍질을 세 번 가량 벗고 나면 식용에 알맞은 3~4㎝ 길이로 자란다. 다 자란 것을 사흘간 굶기며 배설물을 빼낸 후 세척해 대형 전자레인지에 돌려 건조시킨다. 수분이 빠진 건조된 고소애는 날 것으로 먹어도 볶은 것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고소애는 단백질 함량이 많고 철, 인, 비타민B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환자 영양식으로 추천된다.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계란과 비슷한 수준의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고소애 100g 당 단백질 53g, 지방 31g, 탄수화물 9g 등이 들어 있다. 지방의 75%는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다. 농진청의 성분 분석결과 단백질 공급을 위해 제공되는 육류 반찬 1교환 단위(단백질 8g을 포함하는 양)는 소고기·돼지고기가 40g, 생선류·계란은 50g 등인 반면 고소애는 15g에 불과했다.
해외에서는 육류 소비 확대로 인한 식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곤충의 식품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곤충식품 스타트업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여개 업체가 운영 중이다. 벨기에 정부에서는 곤충 10종을 식품원료로 인정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2011년 약 1680억원 규모였던 국내 곤충산업 시장은 지난해 3039억원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업계는 2020년에는 약 536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는 2007년 11조1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37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소애의 시장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소비자들의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다. 일부에서는 곤충이 아니라도 먹거리가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곤충을 먹을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 식품 전문가들은 곤충이 먹거리로 자리잡으려면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각종 연구를 통해 곤충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혀지고 있다. 전체 곤충 중 치명적인 병원균을 가진 종은 0.5%에 불과하고 고소애 등은 재배부터 엄격히 안전 검사를 거쳐 세균감염 우려가 적다는 게 곤충식용업계와 농진청의 입장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구촌의 식량난은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라며 “우수한 단백질을 공급하고 곤충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소애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차세대 먹거리로 적절하다”며 “관련 규제가 풀린 상황에서 다양한 고소애 제품을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