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치즈, 라면과 김치처럼 음식에는 어울리는 조합이 존재한다. 갓 오븐에서 나온 빵을 맛있게 먹도록 도와주는 짝은 무엇일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워낸 빵에 잼을 발라 한입 먹으면 고소하면서 달콤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잼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과일의 부패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기원전 320년경 마케도니아 알렉산더대왕이 인도를 정복하고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설탕을 가져와 잼을 만들어 왕족과 나눴다는 이야기는 잼과 관련된 최초의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날씨가 추운 북유럽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잼을 즐겨 먹는다. 늦가을 한국에서 가족들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듯 이 지역에서도 일정 시기가 되면 온가족이 여러 과일을 모아 잼을 만든다.
잼은 흔히 ‘프리저브’와 비교된다. 엄밀히 잼은 프리저브의 일종이다. 프리저브는 과일의 형태를 유지하며 조린 것으로 잼보다 고급품으로 대접받는다. 마멀레이드도 프리저브에 속하는데 오렌지, 레몬 등 감귤류 과실을 가늘게 채로 썰어 설탕에 조린 것이다. 프리저브를 만들려면 과일을 잘라 절반으로 나눈 다음 절반은 설탕과 함께 한참 끓여 잼처럼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잼과 함께 졸이면 된다. 체리, 무화과, 복숭아, 배, 자두, 딸기 등이 재료로 사용된다.
국내 잼 시장에서는 딸기잼이 주를 이루지만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잼이 존재한다. 잼을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인 터키에선 튤립, 초콜릿, 양귀비 등으로 잼을 만들기도 한다.
맛있는 잼을 만들려면 설탕, 펙틴(pectin), 산 등 세 가지가 골고루 조합돼야 한다. 펙틴은 세포를 결합하는 다당류 중 하나로 모든 식물의 세포벽에 존재한다. 사과, 자두, 살구, 오렌지, 무화과 등에 풍부하며 딸기와 복숭아에는 대체로 부족하다. 펙틴이 겔로 변하기 위해선 적당한 양의 산과 당이 필요하다. 수소이온농도지수(pH) 2.8~3.3인 산과 60% 정도의 당도가 최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잼은 당도가 너무 높으면 단맛이 강해져 쉽게 질리며, 낮으면 신맛이 날 수도 있다. 산이 부족하다면 구연산이나 레몬즙을 넣고 당도는 설탕과 꿀로 맞추면 된다. 펙틴이 부족하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을 구입해 넣으면 달콤한 잼을 맛볼 수 있다.
수분 함량이 높거나 섬유질이 많은 과일은 잼으로 만들기 힘들다. 수박이나 참외는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과일 특유의 맛과 향이 거의 남지 않는다.
집에서 잼을 만들려면 먼저 과일을 깨끗히 씻고 씨와 껍질을 제거한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이후 설탕을 과일 무게의 50~60% 가량 넣으면 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부으면 설탕이 서로 엉겨붙어 응고되기 쉬우므로 두세 번에 걸쳐 더하는 게 좋다.
센 불에 한 쪽 방향으로 서서히 저어가며 끓이고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만약 여러 방향으로 젓고 거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잼 색이 누렇게 변하거나 맛이 떨어지기 쉽다. 잼이 서서히 굳어가는 젤링 포인트(102~104도)에 이르면 서서히 불을 줄여 20~30분 가량 더 끓이면 된다.
흔히 잼 재료로 사용되는 딸기, 사과, 복숭아 외에도 양파나 당근으로도 맛있는 잼을 만들 수 있다. 양파는 설탕과 함께 끓이면 단맛이 배가된다. 칼슘, 철, 인, 황, 비타민C 등이 풍부해 건강한 잼으로 추천된다. 단 수분이 많기 때문에 잼을 만들기 전 볶아주는 게 좋다. 먹기 좋게 썬 양파를 팬에 투명해질 때까지 볶고 설탕을 넣고 졸이면 완성된다.
당근은 비타민A가 풍부해 시력 개선 및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평소 당근을 먹지 않는 아이도 당근잼은 손쉽게 먹을 수 있다. 당근에 사과즙을 더하면 달콤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 간식이 된다.
마늘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잼 재료로 자주 사용된다. 빵에 발라 먹으면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마늘빵이 되며, 피자 도우에 얹어 오븐에 구우면 고르곤졸라 피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