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꿀 등이 귀했던 시기에 조청은 단맛을 내는 식재료로 애용됐다. 꿀과 많이 비교되는데, 조청(造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강봉석 두레촌 대표는 “전통 제조법으로 조청을 만들려면 먼저 껍질을 벗기지 않은 보리를 24시간 물에 담가 싹과 뿌리가 3㎝ 가량 자랐을 때 가루내야 한다”며 “이를 미지근한 물에 넣고 발효시킨 뒤 약한 불에서 서서히 우려내고 삼베와 같은 보자기로 찌꺼기를 걸러낸 뒤 식어도 굳지 않을 정도로 졸이면 완성된다”고 밝혔다.
조청은 엿 제조법과 비슷하지만 아무리 식혀도 엿처럼 굳어지지 않는다. 농축 정도에 따라 묽은 조청과 된 조청으로 나뉜다. 묽은 조청은 엿물을 끓이다가 중간에 불을 꺼 완전히 졸이지 않은 것이다. 주로 떡을 찍어 먹는 용도나 감미료로 사용된다. 과거엔 물에 넣어 음료로도 먹었다. 된 조청은 붉은 것을 더 달군 것으로 강정 등 한과를 만들 때 쓰인다. 단지에 붓고 깨, 땅콩, 콩 등을 넣어 수저로 떠먹으면 간식거리로 좋다.
조청은 원료에 따라 맛과 빛깔이 달라진다. 재료로 주로 쌀을 이용하지만 수수, 양파, 도라지, 생강, 호박 등도 쓰인다. 하얀 빛깔의 조청은 옥수수를 넣은 것으로 제조과정에서 당분을 제외한 불순물을 걸러낸다. 엿물을 끓이면서 약재 삶은 물을 추가하면 영양학적으로 효능이 배가되고 독특한 맛이 난다.
1611년(광해군 3년) 조선시대 각 지방의 식품과 명승지를 소개한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검은엿과 흰엿이란 이름으로 조청이 처음 등장한다. 조청은 예부터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선비들이 항상 곁에 두고 먹는 음식이었다. 피로회복 작용이 뛰어나 궁중에서는 왕세자들이 자주 먹었다고 전해진다. 조청에 함유된 덱스트린(이당류인 맥아당과 다당류인 전분에 이르는 중간 정도의 다양한 당류 분해산물) 등은 복통과 기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조청은 전통음식과 함께 먹어야 풍미를 살릴 수 있다. 부드러운 단맛과 윤기를 낼 때 넣으면 좋다. 멸치, 콩, 닭, 생선 등을 넣은 조림요리나 장아찌에 활용할 수 있다.
조청 100g에는 베타카로틴(9㎍), 니아신(1.8㎎), 비타민C(3.2㎎), 비타민E(0.27㎎) 등이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유해산소 흡수를 막고 항산화작용을 하며, 니아신은 물질대사에 관여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과도한 당 섭취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단 음식이 구박받고 있다. 인체는 당이 들어오면 자신에게 필요한 양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지방으로 전환시켜 축적한다. 이같이 쌓인 당은 비만은 물론 당뇨병, 대사증후군, 심장질환 등을 유발한다. 하지만 단당류의 경우 사람의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당류는 당을 구성하는 분자수에 따라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으로 구분된다. 단당류는 가수분해로 더이상 분해할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의 당으로 탄소 원자를 3~7개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당류는 두 개의 단당류를 합성한 화합물이다. 예컨대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하면 이당류인 설탕(자당)이 되고,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는 젖당(유당)이 되며, 두 개의 포도당은 맥아당(엿당)이 된다. 조청은 맥아당이 대부분이다. 꿀은 17% 가량이 수분이고,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주성분으로 80% 가량을 차지하며 두 단당류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설탕(2% 이하여야 적합) 과 맥아당이 약간 들어 있다.
다당류는 여러 개의 단당류가 결합해 만든 화합물로 일직선이나 가지를 친 모양의 사슬 구조이다. 대표적인 다당류로는 사람과 동물의 에너지 저장물질인 글리코겐과 식물세포벽 구성분으로 여러 개의 포도당이 결합된 셀룰로스가 있다. 음식물에 많이 포함된 전분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다당류로 구성된다.
찹쌀은 대부분 아밀로펙틴(Amylopectin)으로 구성돼 있으며, 멥쌀은 아밀로스(Amylose) 함량이 16~32% 정도이며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다. 밀 전분은 70% 이상이 아밀로스이며 나머지가 아밀로펙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