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국토가 바다로 둘러쌓여 예부터 바다 생선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생선 고유의 맛을 즐기기 쉬운 생선회의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서도 과거 생선회를 먹었지만 전염병 등의 부작용으로 날것을 먹는 관습이 일찌감치 사라졌다. 최근에서야 한국과 일본의 영향으로 생선회의 소비량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생선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한국인들은 갓 잡은 생선을 뜬 ‘활어회’를 선호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생선을 죽인 후 일정시간 냉장 숙성시킨 ‘선어회’(숙성회, 싱싱회) 문화가 발달해 있다. 둘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회를 치는 것은 동일하지만 숙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활어회는 살아 있는 물고기를 바로 잡아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 좋게 포를 뜬 것으로 재빠르고 섬세한 칼질이 요구된다. 두툼하게 썰린 회가 먹기 좋다 생각하기 쉽지만 흰살 생선의 경우 반대다. 살점이 붉은살 생선에 비해 단단한 데다 사후경직으로 자칫 고무처럼 질겅거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흰살 생선은 얇게, 붉은살 생선은 두툼하게 썰어 먹는 게 좋다.
일본 내 일식집에는 수족관이 거의 없다. 있어도 생선이 아니라 어패류 등을 담아 놓는 용도로 사용한다. 한국 횟집 수족관애 생선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일본인들은 활어회보다 선어회를 좋아한다. 선어회는 활어에 꼬챙이를 꽂아 피를 뺀 뒤 냉장 숙성시킨 것으로 일반적으로 축축한 물수건에 싸 3~4일간 보관한다.
활어는 죽은 뒤 경직, 해경(解硬), 자기소화, 부패 등의 과정을 밟는다. 해경부터 근육에 미생물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경직 단계에서 회로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3~36시간이 지나면 해경 단계에 접어든다.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대사를 통해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을 생성한다. ATP는 세포 속에 위치하며 생명체가 죽으면 분해돼 이노신인산(inosine-monophosphate, IMP)을 만들어낸다. 이노신인산은 일종의 조미료 성분으로 생선의 경우 죽은 지 약 24시간이 됐을 때 최대치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 생선을 숙성시키면 맛이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이노신산 덕분이다. 생선 이외에도 과일 등을 수확한 뒤 며칠 정도 숙성시키면 맛있는 것도 이노신인산의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생선회 식습관 차이로 어종, 미각 등을 꼽는다. 일본은 열도 동쪽으로 태평양이 위치해 참치나 방어와 같은 덩치가 큰 생선이 많이 잡힌다. 이들은 크기만큼이나 성격이 급해 수조에 가두면 바로 죽는다. 그러다보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즉살한 뒤 피를 뽑아 보관한다. 한국 근해에는 크기가 작은 정착성 어종이 풍부하다. 대표적인 넙치, 돔 등은 수조에서도 어느정도 살 수 있어 활어로서의 상품성을 유지한다.
한국인은 생선회를 먹을 때 신선도를 중요시한다. 쫄깃하고 단단한 육질을 가져야 신선한 물고기라 생각한다. 게다가 초고추장 등 강한 맛이 나는 양념장을 선호해 생선회 고유의 풍미를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본인은 생선회에 간단히 고추냉이(와사비)를 푼 간장을 찍어 먹어 생선 자체의 맛에 신경을 쓴다. 즉 신선한 생선이 맛있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활어회를 선호하고, 생선회 자체의 맛을 중요시하는 일본인은 숙성시킨 선어회를 좋아하는 것이다.
김태영 선어회 전문점 해주 대표는 “활어회의 씹히는 맛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숙성회는 다소 푸석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생선은 사후 5~10시간 사후경직이 일어나 이때 먹으면 쫄깃한 맛을 더욱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숙성회에 길들여진 손님들은 활어회가 심심해서 못 먹겠다고 말한다”며 “특히 방어, 삼치 등은 활어회도 맛있지만 숙성회로 먹으면 감칠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선회는 항상 위생 문제를 안고 있다. 생선 속 기생충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생충은 대부분 물고기 먹이에서 온다. 민물에 사람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많기 때문에 민물고기 회는 삼가는 게 좋다. 정제된 사료를 먹는 양식 생선은 기생충 문제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숙회(熟膾)’도 생선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이름 그대로 익힌 회, 데친 회다. 생선보다는 연체류, 갑각류, 조개류 등을 숙회 형태로 즐긴다. 끓는물(80~90도)이나 토치(약 700~1000도), 숯불(약 500~700도), 가스불(약 200~300도) 등을 이용해 조리한다. 숙회는 살짝 익힌 뒤 얼음물이나 상온에서 재빠르게 식혀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