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슈퍼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 겨울철 길거리 음식인 호떡, 호빵, 붕어빵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부쩍 줄어든 손님으로 울상이다.
호떡은 개화기 한국에 정착한 중국 화교에 의해 만들어졌다. 1920년대 중국인 쿨리(苦力, 짐꾼·광부·인력거꾼 등 하급 노동자를 일컫는 말)들이 한국으로 대거 건너오면서 화교가 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당시 한반도는 일제에 의해 대형 건설 현장이 늘어나면서 동원될 값싼 인력이 필요했다. 쿨리가 몰리는 항만도시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됐으며 호떡집도 늘어났다. 호떡집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려 ‘호떡집에 불났다’는 속어도 생겼다. 쿨리를 대상으로 팔리던 호떡은 쿨리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됐다.
조선인들은 청나라 군인과 쿨리들이 먹는 떡을 보고 오랑캐가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오랑캐 호(胡)자를 따 호떡이라 불렀다. 본래 호떡은 ‘화소’(火燒) 또는 ‘고병’(枯餠)이다. 일본인들은 ‘지나빵’(支那パン)으로 칭했다. 비슷한 말로 ‘호(胡)주머니’가 있다. 과거 한국 전통 의상에는 속주머니가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호떡은 기름을 두른 철판에 구운 밀가루 반죽에 계피맛 흑설탕을 넣는 게 기본이다. 흑설탕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밀가루를 첨가하거나 땅콩 등을 갈아 넣어 점성을 높이기도 한다. 반면 중국식 호떡은 흑설탕 대신 부추, 돼지고기 등을 넣기도 하고 공갈빵처럼 속이 빈 것도 있다. 기름을 두른 호떡 이전에는 화덕에서 구운 호떡도 존재했다. 포장마차에서는 화덕을 갖추기 힘들어 점차 화덕 호떡은 사라지게 됐다.
호빵은 1969년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일본을 방문하다 거리에서 찐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철에 팔 수 있는 제품으로 1971년 출시했다. 호빵이란 이름은 ‘뜨거워서 호호 분다’,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이전까지 분식점에서 판매하던 찐빵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쪄 먹도록 처음 제품화한 것이다. 즉 찐방과 호빵은 같은 것으로 호빵은 삼립식품의 브랜드 이름이다.
삼립식품의 호빵은 다른 빵보다 비싸게 팔렸지만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가수 김도향씨가 노래한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란 가사의 광고 노래는 1978년 2월 동아방송 대상과 문화방송 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인 노래광고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호빵 매출이 정체됐다가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종류의 호빵이 나오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하얀 피부와 통통한 몸집을 유지한 호빵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네모에서 꽈배기까지 다양한 모양으로 소비자들을 찾고 있다. 속재료도 기본인 단팥부터 야채, 고기, 피자, 단호박, 귀리·통팥 등 식품 트렌드에 맞춰 매년 새로운 맛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유통되는 호빵은 대량 20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고전적인 하얀 단팥호빵이다. 호빵 밑에 붙은 종이는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제품끼리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물이나 기름에 잘 젖지 않는 반투명 종이인 유산지(硫酸紙)가 사용된다.
호빵은 겨울이 되면 하루 평균 50만개 가까이 팔린다. 미국, 호주, 홍콩 등 해외에도 수출된다. 과거에는 구멍가게에 설치된 호빵 기계에서 한두 개씩 사먹었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봉지째 사다가 집에서 데워먹는 게 대세다. 매년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다가 지금은 전체 호빵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맛있게 호빵을 데우려면 먼저 호빵 위에 분무기로 한두번 물을 뿌린 뒤 랩으로 말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1∼2개는 30초면 충분하고 3개 이상일 때는 1분 정도 돌리면 증기에 찐 것처럼 촉촉하게 먹을 수 있다.
호떡이나 호빵은 주원료가 밀가루인 데다 당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열량이 높다. 호빵은 개당 약 200㎉며 호떡은 약 260㎉다. 호떡이나 호떡 두세 개만 먹어도 밥 한그릇 칼로리를 섭취하는 셈이다.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열을 내기 위해 다른 계절보다 기초대사량이 10% 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해 다른 계절보다 살이 더 찌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