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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료사업지원법 통과, 의료한류 촉진제 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2-16 01:03:08
  • 수정 2020-09-13 20: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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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까지 해외환자 50만명 유치, 3조원 부가가치 창출 기대 … 시민단체, 의료영리화 신호탄 경계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권을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칼리파 전문병원. 중동 내 의료한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지난 3일 외국인 환자의 국내 유치와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한류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저수가시대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던 일선 병원들도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과 시민단체 등은 ‘의료영리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 법안은 불법브로커와의 거래를 고발하는 신고자에게 포상하는 규정이 있어 외국인 환자 유치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챙겨 온 불법브로커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은 또 면세점, 공항, 항만 등에 한해서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한 의료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광고는 외국인 환자에게 진료 내용, 부작용, 진료비용 등 내용을 포함한다.

 

또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은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또 해외에 진출하는 의료기관은 금융·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됐던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조항은 삭제됐으며, 원격진료는 해외 환자에 대한 사후관리 차원의 모니터링만 실시하는 선에서 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새 법안 통과에 힘입어 2017년까지 외국인 환자 50만명을 유치하고 162개 의료기관이 해외진출에 성공할 경우 연간 최대 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시장(의료관광) 규모는 2012년 1000억달러(약 113조원)에서 2020년엔 2989억달러(약 338조)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 중 아시아권 의료시장만 해도 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아시아권은 물론 글로벌 의료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후발주자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2014년 말 기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건수는 19개국 125건으로 2010년 58건보다 11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35건), 몽골(12건), 베트남(6건). 아랍에미리트(5건), 카자흐스탄(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국내 의료관광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헬스케어학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관광 산업의 종합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19위에 불과하다. 특히 시설·장비(2위), 의료서비스(4위), 기술수준(9위) 등은 상위권이지만 인적자원은 31위, 관광산업 성장성은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인적자원의 질적 지표는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양적 지표는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 이후 개원 중소병원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최근엔 인력 및 재정면에서 유리한 대학병원들이 의료한류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보통 2000년대 초 중국·베트남·몽골 등에 진출을 시도했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을 해외진출 1세대, 2000년대 중·후반 전문성을 내세워 중동·중앙아 시장을 공략한 우리들병원·보바스기념병원·세종병원 등을 2세대, 2010년 이후 해외 공략에 나선 대학병원들을 3세대로 부른다. 그동안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 의료기관들은 △법·제도적 개선 △전문기관·전문가 육성 △해외진출을 위한 금융지원 등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번 국제의료사업지원법 통과는 침체됐던 중소병원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아시아 진출을 모색 중인 B모 정형외과 관계자는 “병원수출 성공의 세 가지 요소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자본, 현지화”라며 “현지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정보 습득과 현지 운영인력의 수급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병원들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해외 환자 유치 및 글로벌 의료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법안 통과에 힘입어 신규 고용창출이 잠재된 의료산업 및 연관 분야의 동반 성장이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추가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의료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과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의료관광 선진국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년 넘게 통과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의료관광산업 선진국인 싱가포르는 규제완화, 우수대학 유치, 환자 입국심사 간소화, 귀족마케팅을 실시하고 동남아시아 대학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태국은 외래관광객의 40%를 의료관광객으로 보고 의료관광을 차세대 국가 핵심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전경련은 또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복합의료관광단지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과 같은 대규모 복합의료관광단지를 수도권에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엄치성 전경련국제본부장은 “저성장 시대에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인, 기업, 국가 단위의 창업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신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것처럼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절차와 기준이 불명확하면 오히려 혼선만 가져다준다”며 “의료관광을 지원하는 세세한 법적 근거가 명확히 제시돼야 의료한류의 붐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에 대해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막혀 있던 여러 의료민영화 정책을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 명목으로 묶은 것”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가 국내에 원격의료가 도입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 병원의 해외 영리병원 진출 허용은 비영리법인의 자산 유출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의료기관은 비영리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국내 의료체계를 허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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