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등장한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전자담배를 오락성 뽑기 기계에 사은품으로 넣어놓기까지 해 어른들의 전자담배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전자담배를 금연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만 볼 게 아니라 오히려 청소년에게 흡연을 조장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전자담배는 글리세린과 플로필렌글리콜 용액에 니코틴과 향료를 희석시킨 뒤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장치로 일반 담배와 달리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실제 흡연과 비슷한 기분을 준다.
전자담배는 2011년 청소년 유해물품으로 지정돼 청소년들에게 판매가 금지됐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전자담배를 청소년에게 팔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금연구역에서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중고거래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청소년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액상 속에 니코틴이 있으면 담배사업법상 ‘담배’이고 니코틴이 없으면 ‘전자식 흡연욕구 저하제’로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청소년들이 전자식 흡연욕구 저하제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자담배 판매업소에서는 니코틴만 따로 판매하기 때문에 니코틴을 첨가해 피울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당당히 전자담배를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한다. 교사가 지적해도 ‘담배 끊으려고 휴대하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대들기도 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 얘기다. 이런 학생들은 자녀들의 금연을 돕는다는 취지로 학부모가 사 준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기체에는 1급 발암물질이 포함돼 실내에서 피우게 되면 또래 학생들의 간접흡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한 학생이 전자담배로 담배를 끊으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가격뿐만 아니라 상표를 선전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린다. 미성년자에게는 판매하지 않으니 부모님이나 삼촌 등 어른한테 부탁해서 구매하라는 친절한 답변까지 이어진다.
보건복지부는 궐련의 고가 정책을 통해 거둔 금연효과를 금연 캠페인 전개 등 비가격정책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담배를 사러 온 듯한 청년이 점원에게 “폐암 하나, 뇌졸중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하는 영상이 담긴 금연 광고를 시작했고 연말연시에 금연 캠페인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지상파 방송에 줄기차게 내보내는 공익광고를 통해 ‘금연정책을 열심히 시행하고 있다’고 면피하려는 복지부의 무사안일한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내년도 건강보험 금연지원사업 예산을 줄이고, 낮은 수가로 의원에게 금연지도를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식으로 방임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실질적인 금연시책 실천은 뒷전이고 담뱃값 인상 정책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에서 비껴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다수 흡연자들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