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구룡포에선 겨울이 되면 꽁치나 청어를 말린 과메기 작업으로 분주하다. 불과 10여년 전에는 포항 일대에서만 소비됐던 과메기가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가 전국민이 애용하는 겨울철 음식이 됐다.
구룡포는 과메기 본산지로 유명하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5~10도로 과메기를 말리기에 적당한 기후를 갖춰 다른 지역보다 생산에 유리하다. 과메기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꽁치의 수분과 지방이 함께 빠져나오고, 너무 낮으면 수분과 지방이 과메기 전체에 골고루 스며들지 않는다.
본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1980년대부터 청어 수확량이 줄어들자 비슷한 어종인 꽁치로 대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꽁치 과메기가 전체 시장의 약 95% 이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청어에서 꽁치로 바뀐 것은 바다의 수온이 변한 탓이 크다. 1980년대까지 청어는 동해에서 흔히 잡혔지만 수온이 올라가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을 통해 잡아 들여오는 냉동 꽁치가 청어를 대신했다. 최근에는 청어 어획량이 다시 증가해 청어 과메기도 점차 늘고 있다.
조선 성종의 명(命)에 따라 노사신 등이 편찬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는 과메기의 재료였던 청어에 대해 ‘겨울철 영일만 하구에서 가장 먼저 잡히는데 이를 나라에 진헌한 후 고기잡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잡히는 것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그해 풍흉을 짐작했다’고 적었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의 관목에서 유래됐다. 꼬챙이 등으로 청어 눈을 꿰어 말렸다는 뜻이다. 영일만에서는 ‘목’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불렀다. ‘관목’이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관’의 ㄴ받침이 탈락되고 ‘과메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청어 과메기는 차지고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난다. 이에 비해 꽁치 과메기는 부드럽고 촉촉하다. 전통 방식으로 청어과메기를 만들려면 먼저 청어를 바닷물에 깨끗히 씻어야 한다. 싸리나무 대나무 등으로 청어의 눈을 관통시켜 꽂아 처마 밑이나 부엌의 봉창 부근에서 연기에 그을리면서 건조시켜야 한다. 밤에는 부엌에서 불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엌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청어는 밤 동안 얼었다가 아침에 밥하기 위해 불을 지피므로 따뜻해져 언 것이 녹고, 얼고 녹고를 반복한다. 훈연으로 반건조된 동결 자연식품인 것이다.
과메기는 통과메기와 편과메기로 나뉜다. 통과메기는 청어나 꽁치의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말린 것이고 편과메기는 반을 갈라 건조시킨 것이다. 통과메기는 비릿한 맛이 편과메기보다 강하다.
김점돌 포항구룡포 과메기사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과거에는 통과메기를 주로 만들었다”며 ”날씨가 춥지 않으면 고기가 상하기 때문에 영하의 날씨를 기다려 25~30일간 말리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꽁치는 청어보다 크기가 작아 건조 과정이 짧아 인건비나 생산비가 적게 들므로 최근에는 대부분 꽁치를 이용해 과메기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편과메기는 건조과정에서 상할 우려가 적으며 비린내도 덜하다. 반으로 갈라 만든 과메기는 건조시 부패할 염려가 적어 대략 11월부터 말릴 수 있다. 따라서 12월이 되어야 말릴 수 있는 통과메기보다는 여러 모로 생산자에게 이익이다. 통과메기는 건조기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인부가 손질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편과메기보다 조금 비싸다.
꽁치 편과메기는 먼저 내장, 뼈, 대가리를 제거하고 바닷물에 세척한다. 건조대에 옮겨 대나무 막대에 20마리씩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넌다. 간격이 좁을 경우 바람에 흔들려 과메기들이 서로 달라붙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낮 기온이 1~ 10도일 때 말리는데 햇볕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딱딱해지고, 기온이 낮으면 과메기가 얼어 차진 맛이 나오지 않는다.
통과메기는 편과메기보다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편과메기와 달리 얼렸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최상품이 만들어진다. 겨울철 삼한사온 날씨가 통과메기 제조에 적기다. 청어를 바닷물에 2회 세척한 다음 짚이나 노끈으로 10마리씩 줄줄이 묶은 다음 건조 덕장의 나무 기둥에 일렬로 걸어 14~16일간 건조시킨다. 춥고 바람이 많은 날은 10일 정도면 충분하다.
과메기 생산업체는 대략 400여곳이다. 대부분 포항 일대의 구룡포, 장기, 대보, 호미곶 등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 이상이 포항에서 생산되며 구룡포는 80%를 차지한다. 2006년 약 4430t였던 생산량은 지난해 약 5500t로 해마다 서서히 늘고 있다. 생산액도 2006년 약 400억원에서 지난해 약 75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메기 업계에서는 올해 목표 매출액을 약 800억원으로 잡았다.
과메기는 숙성시키기 전 꽁치보다 영양 성분이 더 많다. 과메기 100g에 함유된 DHA, EPA, 오메가3 지방산은 약 7.9g으로 자연 상태의 꽁치(5.8g)보다 약 36% 많다. 이들 성분은 심혈관계질환 예방과 두뇌·성장 발달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메기에 함유된 지방은 발효·숙성과정에서 지방산과 글리세롤의 저분자 형태로 바뀌어 체내에서 쉽게 흡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