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 주목받았던 국내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성공률을 대폭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실명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동률·정영기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팀은 미국 하버드대 이장(Yi Zhang) 교수팀과 함께 복제에 사용되는 난자의 질에 따라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성공률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고 30일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유명 학술지 ‘셀스템셀’(Cell Stem Cell)에 이날 발표됐다.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기증받은 난자에 성인(환자)의 피부세포에서 빼낸 핵을 넣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만든 배아줄기세포를 말한다. 인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능줄기세포로도 불린다.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팀 등은 전에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줄기세포 확립 성공률이 1~2% 수준에 머물러 임상단계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줄기세포 확립 성공률이 낮은 것은 체세포 복제배아 단계에서 ‘히스톤메틸효소’(H3K9me3)의 작용으로 상당수 배아발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히스톤메틸효소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디메틸효소(KDM4A)의 마이크로RNA(mRNA)를 체세포복제배아에 주입했다. 그 결과 체세포복제배아에서 복제를 저해했던 히스톤메틸효소의 활성이 감소하고, 배아발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재개돼 포배기배아 발생과 줄기세포주 수립효율이 획기적으로 증진됐다.
mRNA가 주입된 56개의 체세포복제란에서 15개(26.8%)의 포배기 배아가 생산됐으며, 최종적으로 4개(7.1%)의 정상적인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가 수립됐다. 이는 지난해 연구결과보다 3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망막질환이 있는 3명의 환자에서 5개의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임상시험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동률 교수는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는 오직 우수한 질을 가진 난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기술적인 제약을 해결했고,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실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치료제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배아줄기세포주에서 유래한 노인성 망막변성 치료제 기술이 확보된 만큼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를 이용한 치료제를 만드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임상연구가 가능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