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불만은 외부로 돌려라” … 치협, 유디치과 공세 내막은?

의학건강

박정환 기자
등록 2015-10-16 10:53:20
수정 2020-09-13 20:39:16

최남섭 現 회장·김세영 前 회장 불협화음 … ‘우리동네좋은치과’ 인증제, 회원 불만 가중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실시한 ‘우리동네좋은치과’ 인증제는 오히려 개원의들의 불만을 쌓이게 한 원인이 됐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간 치과계 집안 싸움이 미국으로까지 번졌다. 최근 치협이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UD치과의 불법 운영으로 소속 의사들이 자격을 박탈·정지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유디치과 측이 근거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유디치과를 향한 치협의 끊임없는 공세는 유디치과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소속 회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최남섭 현 치협 회장과 김세영 전 회장간 불협화음에 따른 어수선한 협회내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해석한다.

치협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치과면허국과 주 검찰이 한국의 네트워크 치과병원인 유디치과의 미국 내 불법 영업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법원에 정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치과의사 면허가 없는 김모 씨가 병원을 설립해 한인 치과의사들을 ‘바지 원장’으로 고용한 뒤 불법영업을 했다는 주장이다.

치협에 따르면 주 치과면허국은 유디치과 미국법인에서 바지 원장으로 근무한 한인 치과의사 4명에 대해 치과의사 자격 박탈·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간호조무사·위생사 등 수십여 명을 상대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유디치과 측은 치협의 언론플레이가 도를 넘었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디치과 관계자는 “현재 미국UD와 주 치과면허국 사이에 견해 차이가 발생해 지난 3월 행정제재 절차가 진행된 것은 사실이나 형사상 문제는 전혀 없었으며, 10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심리나 재판은 진행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부터 주 치과면허국과 행정제재 절차에 대한 지속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양측의 합의 내용이 매우 긍정적이라 올해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절차상 문제로 인한 행정조치를 받았을 뿐인데 유디치과를 향한 공격 기회를 엿보고 있던 치협이 이를 과도하게 부풀려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소속 의사들이 면허를 정지·박탈당했다는 치협의 주장과 달리 유디치과 측은 현재까지 치과의사들이 정상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디치과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사들의 경력이 3년 이하라는 발표 내용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캘리포니아 미국UD소속 의사들은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이수하고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최소 5~10년 이상의 베테랑 치과의사”라고 강조했다.

유디치과 측은 “국민의 구강건강증진과 치과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치협 집행부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밥그릇 싸움을 끝내지 못하고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위해 유디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치협의 이번 행태는 현재 진행 중인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악의적인 언론플레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UD는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를 이유로 대한재미한인치협에 대한 법적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협이 몇년 째 유디치과에 대한 공세의 끈을 놓치 않는 데에는 치과의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최남섭 치협 회장과 김세영 전 회장간 불협화음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유디치과라는 공동의 적을 만들어 회원들의 관심을 돌림으로써 협회내 지분 싸움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의도가 담겼다는 주장이다.

원래 최 회장은 김 전 회장 임기 당시 집행부 수석부회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검찰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및 13억원 가량의 공금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입지가 좁아지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신세가 됐다.
문제는 현 집행부와 소속 회원 중에 여전히 김 전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치협 내부의 비공개 사안이 최 회장에게 보고되기 전 김 전 회장에게 전달되는 등 보고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최 회장은 협회 내부 문제에 대한 비밀 엄수를 지시하고 관련 사실을 보도한 치과 전문지는 퇴출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소속 회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점도 치협이 유디치과 공격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형 네트워크치과병원에 환자를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치과 개원의들은 유디치과를 곱게 바라보기 어렵다. 치협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치과계에서도 이제는 내부적인 문제를 개선할 시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치과계 관계자는 “개원의들 사이에선 작년에 취임한 최남섭 회장이 치협 회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벌써 레임덕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회원들의 마음이 떠난 이유로는 김 전 회장 임기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치과계의 열악한 경영 상황, 현 회장과 전 회장의 갈등으로 인한 협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 실효성 낮은 ‘우리동네좋은치과 인증제’로 인한 부담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협이 불법사무장병원 및 네트워크병원 척결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행한 우리동네좋은치과 인증제의 경우 오히려 개원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리는 발단이 됐다. 한 개원의는 “‘좋은’ 치과라는 이름부터 단단히 잘못됐다”며 “회비를 납부하지 못해 인증받지 못한 곳은 ‘나쁜’ 치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다른 개원의는 “인증제라고 해서 대단한 기준이 필요한 게 아니고 단순히 협회 정관 제9조에 따른 회원의 의무, 즉 연회비 및 입회비를 납부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며 “인증제에 가입한다고 해서 바로 홍보효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회비 부담만 늘어난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세를 지속하는 치협과 이에 맞서는 유디치과간 지루한 다툼은 치과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 및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개원의들에게도 오히려 독이 된다. 치협의 공격이 오히려 노이즈마케팅 효과로 이어져 대형 네트워크치과병원들이 홍보효과를 톡톡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쌍방이 원하는 이익을 취하려면 지분 싸움보다는 내부적인 체질 개선 및 의료의 질 향상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유디치과와 치협간 갈등은 2011년부터 유디치과가 저가진료를 표방하는 ‘반값 임플란트’를 시행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측 간의 대립 끝에 1인 1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으로 하는 ‘반(反)유디치과법’ 통과돼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계 대형 네트워크병원들이 스스로 오너 지분을 정리하거나 와해되는 등 일대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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