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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생선 ‘전어’ … ‘뼈꼬시’로 드시면 맛 배가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9-21 09:57:51
  • 수정 2020-09-14 12: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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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0월 제철, 11월 지나면 가시 억세져 … 15㎝ 돼야 상품 가치 올라가, 초록빛 띠면 최상품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생선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전어’다. ‘가을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의 맛은 누구나 인정한다. 전어는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른 생선이다. 7~8월에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면 잔가시가 억세져 뼈째 먹기가 힘들어진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9~10월 사이가 최고다.

전어는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지역에서 자란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자생한다. 한반도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두루 잡힌다. 삼천포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지역이 전국 전어 어획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최근 수온 상승으로 서해안과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늘고 있다.

양식 전어는 9월 중순부터 시중에 판매된다. 크기가 15㎝는 돼야 상품 가치가 높아지는 전어의 특성 때문이다. 전어만큼 시기, 크기 등에 따라 먹는법이 달라지는 생선도 드물다. 크지 않은 몸통 덕에 1년생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어는 6년 이상을 사는 다년생이다. 자연산 전어는 부족한 먹이와 높은 활동성 때문에 1년이면 11㎝ 전후, 2년이면 16㎝, 3년생은 18㎝ 정도까지 자란다. 드물게 30㎝ 이상인 것도 간혹 잡힌다.

전문가들은 양식 전어와 자연산 전어에 대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자연산이라고 무조건 맛있지 않으며, 양식이라고 질이 떨어지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입맛이 예민한 사람들은 자연산이 맛있다고 평가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맛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양식은 10여년 전부터 강화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어 어획량은 약 2200t으로 조사됐다. 2013년 1700t에 비해 500t 가량 늘어난 양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은 어획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기준 전어 도매가는 ㎏당 1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올 가을 막상 전어회를 시켜보면 2만원 짜리가 젓가락질 몇번에 금세 사라지고 만다.

전어의 맛은 구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도시의 전어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전어구이의 냄새는 좋지만 맛과 형태는 그렇지 못하다. 전문점에서는 밀려드는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겨 센불에 전어를 급하게 굽는다. 지느러미와 꼬리는 숯덩이처럼 검게 타버리고 내장 부위가 바짝 익어 푸석한 인조 고기를 먹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전어는 센불을 두고 멀리서 구워야 한다.

전어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통째로 썰어 먹는 ‘뼈꼬시’가 최고의 요리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15㎝ 이상의 것은 억센 가시때문에 먹기가 힘들다. 따라서 9월 중순부터 시장에 나오는 1~2년산 자연산 작은 전어를 뼈꼬시로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남해안산이 서해안보다 뼈가 연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잡는 시기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전어는 봄에서 여름 사이에 산란한다. 알을 난 전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없다. 대체로 자연산 생선은 산란기에 접어들면 맛이 크게 떨어져 양식보다 맛이 뒤처진다.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어는 몸에 살집이 오르고 기름끼가 낀다. 11월까지 한반도 연안에서 머물다가 추워지면 먼 바다로 떠난다.

조선시대 후기 문신 서유구는 1820년경 쓴 어류박물지 ‘전어지(佃漁志)’에서 전어에 대해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고 적었다. 즉 전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을 정도로 비싸고 맛있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전어는 1530년 간행된 국가편찬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 문헌에 등장할 정도로 오래전 부터 먹어온 생선이다. 서울 등에서는 염장한 후 굽거나 찌개 재료로 넣어 먹었으며 내장을 이용해 ‘전어밤젓’을 만들었다. 회로 먹거나 생구이로 먹는 방식은 근대 이후 개발됐다.

일본에서 전어는 대표적인 출세어(出世魚)이다. 출세어는 커가면서 이름과 먹는법이 달라지는 생선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10㎝ 정도의 어린 전어를 ‘고하다(小魚耆)’라고 부른다. 봄이 제철인 고하다는 초절임 후 스시의 네타(초밥에 얹는 재료)로 즐겨 먹는다. 혼마구로(참다랑어)의 최고급 부위인 오도로(대뱃살)와 동급으로 쳐줄 만큼 귀하고 비싸다.

일본에서는 전어구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 전어의 일본말인 ‘고노시로(このしろ)’는 직역하면 ‘아이를 대신한다’는 뜻이다. 영주가 자신의 딸을 데려가려 하자 전어를 관속에 넣어 태운 뒤 딸이 죽었다고 속인 어부의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인은 전어를 구운 향을 시체 타는 냄새로 연상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어는 단백질 함량이 높지만 지방은 적게 들어 있다. 고등어 못지 않게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글루코사민, 핵산 등은 두뇌·간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돕는다. 시스틴과 아르기닌 성분은 성장호르몬 기능을 강화시켜 어린이의 성장발달에 효과적이다.

칼슘 함유량도 높다. 우유를 먹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먹으면 뼈가 튼튼해지도록 돕는다. 비타민B·D, 무기질 등이 풍부해 피부 노화 방지에도 좋다. 전어는 잔뼈가 많아 제거하지 않고 먹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전어를 고를 때는 윤기가 흐르는지, 비늘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지 살펴본다. 배 부분은 은빛을 띠고 등은 초록빛이 도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배는 통통하고 탄력 있는 게 맛있다. 전어를 손질할 때는 먼저 칼등으로 비늘을 모두 긁어낸 다음 머리, 지느러미, 꼬리, 내장 등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요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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