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에 수면이 그만큼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수면시간과 심장건강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최근 연구결과 너무 적은 수면 뿐 아니라 권장 시간 이상으로 잠을 잘 경우에도 심장질환 및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부적절한 수면의 경우 비만이나 우울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동반질환으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의 김찬원·장유수·성은주·조주희 교수팀은 비만이나 우울증에 상관없이 수면시간이나 수면의 질이 부적절하면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약 4만7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간 수면 시간과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면의 질을 평가하고, 향후 심근경색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관상동맥의 칼슘침착과 혈관의 탄력성을 평가하는 혈관맥파속도(속도가 빠를수록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짐)와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들은 수면시간이 7시간인 사람들에 비해 관상동맥석회 수치가 50% 이상 높았다. 또한 하루 수면시간이 9시간 이상인 사람도 관상동맥석회 수치가 하루 7시간 자는 사람들에 비해 70% 높았다. 이전의 수면시간과 심혈관질환 발생 상관관계에서 U자 형태를 보인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연구는 반론으로 제기했던 비만과 우울증 뿐 아니라 생활습관까지 고려하여 조사한 결과이다. 즉 같은 나이에 같은 수준의 BMI, 비슷한 식생활을 가진 사람도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거나 9시간 이상일 경우 7시간 자는 사람보다도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면시간과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관계를 조금 더 분석해 보면 수면시간이 6시간인 경우 7시간 수면 보다 수치가 34% 높았으며 8시간 수면의 경우에도 7시간 보다는 수치가 조금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편 수면의 질에 대한 조사에서는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수면의 질이 좋았다고 느낀 사람에 비해 이 수치가 20% 이상 의미 있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대상 중 5시간 이내 수면은 총대상자 중 15% 수준이었고 9시간 이상 수면은 대장자 중 3% 수준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석회 수치는 혈관 내부의 동맥경화반의 양을 대변해주고 향후 심근경색발생을 예측하는 지표다. 관상동맥석회 수치 뿐 아니라 혈관맥파속도 검사에서도 너무 적거나 많은 수면 또는 나쁜 수면의 질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맥파속도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혈관의 노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수면이 부족한 경우 혈중 코티졸(일명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의 변화로 석회화수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수면시간이 너무 길면 수면의 분절현상(수면도중 잠을 자주 깨는 현상)으로 교감신경이 항진돼 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심장질환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사는 환자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확인할 때 수면의 시간이나 질도 같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건강한 수면을 위해 수면 시간이 5시간 이내일 경우 자기 직전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음주를 하지 않는지 등 수면위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고 9시간 이상이거나 잠을 자도 계속 피곤함을 느낄 경우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학술지인 ATVB(Arteriosclerosis Thrombosis and Vascular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