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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서양이지만 맛은 한국산 … ‘한국식 서양요리’의 역사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9-09 14:55:12
  • 수정 2016-02-12 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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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 서양식, 일본 거쳐 한반도 전파 … 중화요리는 화교 통해 전해져

한국인은 외국사람보다 달거나 짜고 강한맛을 좋아해 한국으로 들어온 서양요리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됐다.

최근 이탈리아·프랑스·중국 요리를 전공한 셰프들이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관련 요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명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은 며칠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음식을 맛보지 못할 정도다. 셰프들도 서양요리를 변형해 한국인 입맛에 맞는 요리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예부터 서양에서 들여온 요리는 한국식으로 변형돼 전해져 내려온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서양요리를 맛본 사람은 1883년 주미전권공사(駐美全權公使)로 미국에 간 민영익(閔泳翊)과 수행원 유길준(兪吉濬) 등으로 알려져 있다. 1895년에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부인이 서양요리를 만들어 러시아공사관에 파천중인 고종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궁중에 서양요리의 바람이 분 것은 베베르의 처형(妻兄)인 손탁(Sontag:孫澤)의 영향이 크다. 1897년 손탁이 손탁호텔을 경영하면서 상류사회까지 서양요리가 보급됐으며, 주미대리공사를 지낸 이하영(李夏榮)은 집에 서양요리의 숙수를 고용할 정도로 서양요리를 즐겼다.

한국에서 팔리는 변형된 서양요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게 많다. 일본은 근대화 이후 서양음식을 일본식으로 꾸준히 전환했다. 한반도에는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오므라이스’가 있다. 오므라이스는 프랑스 요리인 ‘오믈렛’(omelet)에 기름을 볶아 양념한 밥을 넣은 것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선 발렌이사 오믈렛으로 부른다. 이 음식이 일본 타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1926년)에 전해지면서 일본과 한국에서 먹는 오므라이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한국식 오므라이스는 버터나 마가린을 넣어 좀더 고소한 맛을 강조한다.

‘햄버그 스테이크’도 19세기 후반 일본이 서양음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대표적인 변형 서양요리다.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를 갈아 뭉쳐서 만든 스테이크다. 프리카델레르의 일종이다. 스테이크 중 가장 많이 익히는 것으로  혹은 두 종류를 함께 갈은 후 뭉쳐서 만든 스테이크이다. 프리카델레르의 일종이다. 스테이크 중에서 가장 많이 익히는 스테이크이며,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본식 발음인 함박 스테이크로 부른다. 한국의 떡갈비와 비슷하다.

햄버그 스테이크는 본래 몽골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주식이 육류였던 몽골인들이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말 안장에 고기를 넣어 다녔다. 이후 이동에 용이하게 고기를 갈던 게 유라시아 전역에 퍼졌다. 갈은 고기를 뭉쳐 한 덩어리로 익혀 먹는 요리법이 흑해, 지중해 지역을 비롯해 북해와 발트해로 전해졌다. 유럽에선 채소, 전분, 계란, 소금, 후추 등의 양념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독일의 함부르크 지역에서 지금의 햄버그 스테이크가 완성됐다. 미국으로 넘어가 부드러운 빵 사이에 끼워 먹은 게 햄버거다.

국내로 건너온 중국요리는 ‘중화요리’(中華料理)로 부른다. 중국 화교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바꾼 요리를 말하기도 한다. 청요리(淸料理) 또는 중국채(中國菜)라고도 한다. 대부분 중국 요리 적당한 크기로 손질돼 바로 집어 먹도록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중국 문화는 식탁에서 칼과 포크를 이용하는 것을 야만스럽게 본다. 도구들이 무기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직접 음식을 자르는 것도 무례한 것으로 여긴다.

한국식 중화요리는 짠맛과 단맛이 강하다. 반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고급 중식당의 요리는 상대적으로 싱겁다. 고급 식당일수록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가 많다. 중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일종의 보완책이 작동한 것도 있다. 신선한 재료의 맛을 살리는 요리가 늘면서 해산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건전복, 건해삼 같은 말린 해산물을 많이 쓴다. 냉장 유통이 힘든 시절 말리기 시작한 게 특별한 식재료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중화요리 중 하나인 ‘짬뽕’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일본 나가사키에 정착한 중국인이 만든 ‘나가사키 잔폰’이 국내로 건너왔다는 설과 중국의 탕육사면 또는 초마면이 한반도로 들어와 변형됐다는 설로 나뉜다.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짬뽕이 판매된 시기는 나가사키식 짬뽕처럼 흰색 국물이었다. 지금의 붉은 짬뽕이 해산물 위주라면 백짬뽕은 고기 육수맛이 강했다. 지금은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은 매운 짬뽕이 기본이다. 흔하진 않지만 백짬뽕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여름철 중국집에서는 ‘중국식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요리는 냉면이 아니라 ‘판미엔(拌麵)’이 변형된 것이다. 섞어 먹는 면이란 뜻으로 면을 차갑게 씻어 소스에 버무리고 잣가루를 뿌려 먹는 요리다. 일본에서 중화냉면이라 부르는 ‘히야시추카’와 비슷하다. 판미엔과 히야시추카는 국물이 면을 살짝 적실 정도로만 나온다. 한국에서는 냉면과 결합하면서 국물이 흥건한 요리로 변형됐다. 잣가루 대신 땅콩잼을 넣는 것도 바뀐 부분이다.

‘짜장면’은 중국의 ‘작장면(炸醬麵, zhajiangmian)’에서 유래했지만 맛과 모양이 많이 다르다. ‘간짜장’의 ‘간’은 볶았다는 의미로 깐풍기의 앞글자와 뜻이 같다. 짜장면은 소스에 녹말물을 넣고 끓여뒀다 면 위에 붓는 것이고 간짜장은 소스를 그 자리에서 볶아 따로 낸다. 볶음 요리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파가 더 들어간다. 채소와 고기를 잘게 다져 넣는 ‘유니짜장’은 이름만으론 요리를 유추하기 힘들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는 고기를 뜻하는 ‘로우’의 산둥 사투리다. ‘니’는 ‘닌찌’의 앞글자며 간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중국 산둥 출신 화교에 의해 유니짜장으로 굳었다.

‘카레’는 대표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맛이 바뀐 외국요리 중 하나다. 한국에서 먹는 대부분의 카레는 일본식이다. 본래 카레는 향신료의 복합체다. 각자 특이한 맛을 내는 향신료를 취향에 맞게 골라서 넣고 끓여 만든 소스가 카레의 원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먹는 카레는 인도식 카레에 들어가는 향신료 중 하나에 밀가루, 버터, 첨가물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인도에 가보니 ‘카레가 없다’는 말을 하는데 현지식은 주로 ‘강황+알파’에 비견할 수 있는 요리다. 알파는 지역과 계층, 취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밥이 주식이다. 부식으로 반찬이 놓인다. 섬나라로 신선한 어패류가 풍부해 생선 요리가 발달했다. 이중 생선회가 유명하다. 자극적인 조미료나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

일본요리의 기본 조미료는 간장, 소금, 설탕, 미림, 술 등이다. 한국 음식은 여기에 배즙,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등 조미료를 사용해야 깊은 맛이 있는 양념이 완성된다. 일본의 채소는 수분이 많다. 일본의 배추나 무로 김치를 담그면 금방 싱거워져 맛이 없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를 방문하면 한국식 일본요리와 본토 일본요리의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식은 일본보다 달거나 짜고 강한 맛이 많다. 하지만 본토 일본요리는 계절감과 향, 식감을 소중히 여긴다. 맛도 담백하다. 된장국도 완전히 다르다. 일본 된장은 향이 잘 날아가 끓는 물에 넣는 즉시 불을 줄이거나 끈다. 한국의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는 끓일수록 양념과 맛이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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