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백신 개발 지원, 음압격리실 확충, 병원 운영 쇄신 등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2일 암병원 지하1층 세미나실에서 여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스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약 1000억원을 들여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백신 개발에 410억원을 투자한다. 병원은 백신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국제백신연구소(IVI)가 백신의 연구개발을 맡는다.
송 병원장은 “여전히 중동지방에서는 메르스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도 여전하다”며 “백신개발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유엔이 설립한 공신력 있는 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와 협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의 온상이었던 응급실 환경도 대폭 개선한다. 2016년 3월까지 응급실 규모를 현재보다 1.6배 확장하고, 응급실 병상을 모두 1인 구역화해 감염위험을 최소화한다. 이미 응급실 입구에는 예진실을 둬 발열 및 호흡기 감염환자를 사전에 격리하고 있으며, 개방형·다인실 구조로 운영됐던 기존 병상을 모두 1인 구역으로 개선했다. 호흡기질환 등 감염병 환자를 사전에 격리시키기 위해 응급실 외부에는 11개 음압격리실(성인 6실, 소아 5실)을 마련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대폭 개선했다.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환자 내원시 30분내에 최초 진료를 마치고, 6시간 내에 응급병동에 입원하거나 퇴원할 수 있도록 진료프로세스를 구성했다.
송 병원장은 “한달 전부터 30분내 진료, 6시간내 입원 및 퇴원제도를 실시하면서 응급실 체류 시간을 4시간 선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경증 환자는 1~2차 의료기관이 치료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에는 전공의가 응급환자의 최초 진료를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이를 대신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보호자등록제를 실시해 보호자를 한 명으로 제한한다.
이와 함께 병원 측은 2016년 3월까지 원내에 음압격리병동을 최소 10개 이상 확보하고, 감염관리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열감지카메라 등 첨단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실마다 입구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고 하루 면회객은 환자당 2인으로 제한한다. 이같은 인프라 개선엔 약 450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감염병 관리를 총괄하고 관련 연구를 주관할 감염병대응센터도 운영한다. 센터는 감염내과, 감염소아과 등 감염 진료과와 감염관리실을 통합해 진단 및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 아울러 감염병 모니터링, 위기관리, 유관기관과 네트워크 형성, 감염교육 등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송 병원장은 “감염관리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역학 전문가를 영입하고 감염관리 인력을 보강하겠다”며 “메르스 관련 임상데이터를 어떻게 연구논문화할지 질병관리본부 및 대한감염학회 등과 긴밀히 협력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메르스로 잠시 문을 닫았던 삼성서울병원의 외래환자는 평소의 90%, 입원 및 수술 환자는 80% 가량 회복한 상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메르스 추가 환자를 사전에 격리하기 위해 여전히 병원 입구에서 내원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송 병원장은 “메르스는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감염병 환자는 다시 병원에 올 수밖에 없다”며 “응급실 확장이나 음압격리병동 운영은 재정 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익보다는 환자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고 감염병 예방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