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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춘추시대 속 모두가 피해자 … 관련 시장규모 2조원 예측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27 12:37:50
  • 수정 2016-02-12 13: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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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맹점주, 높은 수수료에 부담↑ … 업체는 외부투자에 의존, 소비자는 후기 조작에 신뢰↓

국내 배달앱 시장은 2010년 배달통이 출시되면서 시작됐으며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3사의 시장점유율이 약 90%가 넘는다.

최근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음식 주문에서 ‘배달앱’이 대세가 되고 있다. 배달앱은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게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지금까지 누적 내려받기 횟수가 약 4000만건에 이른다. 배달앱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자의 위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배달음식점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다. 광고전단지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데다가 이용후기나 평점을 통해 검증된 맛집을 골라내기도 편하다. 게다가 홍보력이 부족한 소규모 음식점에게 도움이 돼 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는 2010년 4월 ‘배달통’이 출시되면서 배달앱 시장이 열렸다. 2개월 뒤 ‘배달의민족’이 나오면서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2년이 지나고 2012년 독일계 음식배달 서비스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자회사 ‘요기요’를 설립하면서 3사가 국내 배달앱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약 90%가 넘는다. 나머지는 ‘배달이오’, ‘배달114’, ‘메뉴박스’, ‘배달36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은 약 12조원이었다. 이중 약 14%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올해는 약 2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월매출 1위 업체는 약 300억원의 배달의민족이다. 월간 이용자수는 565만명에 달한다. 2위는 요기요로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용자는 약 290만명이다. 3위는 배달통으로 230만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으며, 약 1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앱 내려받기 횟수로는 배달의민족(1700만 건), 배달통(1100만 건), 요기요(1000만 건)의 순이다.

등록업체 수는 지난해 기준 배달통이 20만개, 배달의민족이 14만개, 요기요가 4만개로 배달통이 가장 많다. 이는 배달통의 가맹점 수수료가 다른 두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요기요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3위 업체인 배달통에 거액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배달통도 요기오에 이어 딜리버리히어로의 계열사가 된 것이다. 이미 지난 4월말 두 회사는 사무실을 합쳐 협업체제에 들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배달앱은 골목상권의 새로운 포식자다. 배달앱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울상인 음식점 주인도 급증하고 있다. 주문이 늘어나는 데도 장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배달앱이 가져가는 수수료와 광고료 때문이다.

배달앱 업체는 수수료와 광고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수수료는 업체마다 차이가 나지만 최대 약 16%다. 예를 들어 1만5000원짜리 치킨을 한마리 팔면 약 2400원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게다가 월 정액 5만~11만원 이상에 부가세는 별도다. 또 최근에는 배달앱 주문을 받는 전용 단말기 구입도 강요하고 있다. 월 5500원의 단말기 임대료를 내야 한다.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각종 로열티 등 본사에 지출해야 되는 경비까지 포함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영세 상인들은 배달앱을 이용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등록해야 한다. 주변 상인들이 대부분 배달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만 배달앱과 거래를 끊으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각종 할인과 포인트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배달앱이 아닌 일반 주문전화로 배달음식을 시키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다. 배달앱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이 늘지 않는 상인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만 커진 것이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요기요도 수수료 0%를 선언했다. 수수료는 배달앱 전체 매출의 약 30%에 달한다. 지난해 대부분 배달앱 업체들이 적자를 낸 것을 볼 때 파격적인 선택이다. 이들 업체는 가맹점주가 수수료와 5만~6만원 가량의 광고료 중 하나를 선택해 지불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높은 수수료를 받은 배달앱 업체들도 매출만 늘었을 뿐 실제 영업이익은 나지 않고 있다. 서버관리비, 광고비 등으로 지출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올해만 약 120억원이 넘는 광고료를 사용했다.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해 덩치에 맞지 않는 광고를 벌이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서로 경쟁하듯 광고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자금을 외부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지난해 2월 미국계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120억원을 투자받았고 지난해 11월에는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을 유치했다. 요기요도 모회사의 자금력에 기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업체들이 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계속 돈을 쏟아붓고 있다”며 “하지만 재무 건전성을 높이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출혈 경쟁을 펼친다면 얼마 못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달앱이 스마트폰에서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빼간다며 우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 앱을 설치하려면 ID(이름과 연락처)를 비롯해 주소록, 위치, SMS문자, 휴대전화, 사진미디어파일 등 10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앱이 열람하고 수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즉 앱이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읽고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배달앱은 이용자가 앱을 통해 음식점에 전화를 걸 경우 050으로 시작하는 배달앱 전용 가상 전화번호를 이용자 휴대폰에 기록한다. 휴대폰 주소록에 해당 음식점의 직통 전화번호가 이미 저장되어 있으면 주소록을 임의로 수정해 배달앱 전용 번호로 바꿔놓기도 한다. 직통 전화번호 대신 배달앱 전용 번호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배달앱 업체들이 모아 놓은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도 우려된다. 지난해 말 업계 3위 업체였던 배달통은 회원 개인정보 일부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당시 배달통 가입자수는 75만명이었다. 유출 정보는 가입자의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등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배달앱 내 주문을 위해 가장 먼저 검색하는 후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배달음식에 대한 후기를 가맹점주가 직접 지우거나 본사에 요청해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악용하는 가맹점이 생기면서 이용자들은 음식이 좋다는 후기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업체 측에서는 욕설이나 터무니없는 괴소문을 적은 악성 후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삭제 기능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위생관리도 문제다. 배달앱에 등록된 배달음식점 네 곳 중 한 곳 비율로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최근 빅3 업체에 등록된 음식점 110곳을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 28곳을 적발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식약처는 배달앱에 등록된 음식점 중 메뉴수와 고객 주문수가 많은 업체를 점검대상으로 삼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조리 목적으로 보관해온 업체가 4곳, 주방을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을 만든 업체가 4곳이다. 서울의 한 배달전문 음식점은 유통기한이 1주일 지난 순두부 3.2㎏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주방 싱크대와 조리도구, 주방 벽면에 기름때와 먼지가 앉아 새카맣게 변하는 등 조리환경이 불결한 경우도 있었다. 1년에 한 번씩 하게 돼 있는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하지 않은 업체도 18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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