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이 되면 국내 고령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년기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하지만 노년층 건강의 현실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수명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강 수명’의 영향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여명과 건강 수명은 약 10년 정도 차이난다. 평균적으로 사망 전 10년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노년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잃어버릴 10년’의 기간 동안 한국인의 노년을 괴롭힐 수 있는 질환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노인층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은 ‘암’이다. 암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유증 등은 다른 만성 질환과 달리 치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위암, 대장암, 폐암, 식도암에서는 이미 노인 암환자의 비율이 각 46%, 50%, 58%, 64%에 이르러 노인암 치료가 보건의료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지만, 청 · 장년층의 암과 구분되는 노인암만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한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고령화시대 노년층 암환자만을 위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노인암 다학제’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노인암 치료와 적정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학제진료란 서로 다른 전문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이 동시에 한 진료실에 모여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 최상의 진단 및 치료계획이 도출될 수 있고, 환자의 병기에 맞는 적절한 판단이 내려지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단축되며, 환자의 입장에서는 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모두 해소할 수 있는데다 진료비가 절약된다는 장점도 있다.
얼마 전 이 병원에서 대장암수술을 받은 김순자 씨(69·여)는 사실 수술을 받기 전 고민이 많았다. 수술 결과에 대한 걱정은 물론 머리가 모두 빠질 정도로 독하다는 항암 치료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수술 후 일상생활의 가능여부 등이 고민의 원인이었다.
진료 상담을 진행하던 김광일 노인병내과 교수는 불안해하는 김 씨에게 ‘노인암 다학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진료를 권했다. 예약된 날 다학제진료실에 들어가는 김순자씨를 여덟 명의 전문의가 반갑게 맞이했다.
복강경수술에 대한 질문은 외과 의사가, 수술 후 항암치료는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자세히 설명했고, 암의 형태와 진행 상태에 대해서는 영상의학과 의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수술 후 일상생활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개발한 ‘노인포괄평가’ 점수를 통해 합병증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받았다.
결국 용기를 내 수술을 받은 김순자 씨는 씩씩하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치료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항암치료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모두 알고 있는 상태라서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진 상태. 김 씨는 이제 일상에 복귀할 준비와 함께 혹시 찾아올지 모를 다른 질환까지 대비하고 있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다학제 진료는 환자가 중심이 되는 치료를 목표로 진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암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며 “막연한 두려움으로 과잉진료를 받으시는 많은 노인암 환자들이 다학제진료를 선택해 적정한 진료와 최선의 치료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