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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상 오르던 시절이 그리운 ‘웅어’ … 따뜻해지면 고향 찾아와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02 12:28:34
  • 수정 2016-02-12 13: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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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대밭 서식하며 세차례 산란, 민물·바다 교차지서 잡혀 … 사옹원 직접 나서 임금께 진상

과거 웅어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역의 갈대밭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생선이었지만, 각종 개발로 인해 서식처가 사라져 지금은 귀한 생선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가을 전어가 상놈이면 봄 웅어는 양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웅어 애호가들이 지은 말이지만 그만큼 봄에 잡히는 웅어의 맛이 일품이라는 표현이다. 과거엔 봄철 맛이 좋기로 소문난 도다리보다 선호됐지만 서식지가 경제발전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사라져 지금은 맛을 아는 사람만 찾는 생선이 됐다.

웅어는 예부터 임금이 즐겨 먹는 생선으로 많이 잡혔던 전북 익산 웅포(熊浦)나 백제의 수도 웅진(熊津)의 지명을 따 이름이 지어졌다. 백제 의자왕이 끼니때마다 찾을 정도로 좋아했다 알려져 ‘의어’로도 불린다. 당나라 무장 소정방이 백제를 함락시킨 후 의자왕이 즐겨 먹던 백마강 웅어를 찾았으나 생선이 모두 도망가 의리 있는 생선이란 뜻의 ‘충어’라는 이름도 얻었다.

웅어는 30㎝ 안팎의 크기로 청어목 멸치과 물고기다. 은빛을 띠며 전어보다 몸매가 날렵하다. 습성은 연어와 비슷하다. 산란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모천(母川)을 찾아 돌아온다. 회귀성 어류에는 ‘어체의 레이더’라 불리는 측선이 발달돼 있다. 이 기관은 몸통 양측에 있으며 관 속 점액을 이용해 조류의 방향, 속도, 수압, 염도, 수온 등을 감별한다. 이를 통해 몇 년 전 태어났던 하천을 찾을 수 있다.

4∼5월에 바다에서 강의 하류로 거슬러 올라와 6∼7월 갈대밭 주변에서 세 번 산란한다. 부화한 어린 물고기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 성장하면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어린 웅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 내려가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성어가 돼 음력 4월 쯤 고향으로 돌아온다.

성질이 급해 멸치나 갈치처럼 그물에 잡혀 육지에 올라오는 즉시 죽는다. 수입산은 엄두조차 낼 수 없으며 양식도 불가능하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서 주로 잡힌다.

갈대밭 주변에서 지내 갈대 위(葦)자를 써 위어로도 부른다. 경기도 김포, 고양, 파주 등 한강 자락에서 많이 잡힌다. 멀리 올라오는 것은 서울 행주나루나 개화산 앞강까지 왔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한강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웅어철이 되면 한강 하류는 웅어로 가득 찼다. 당시 행주나루 어민들은 웅어를 잡아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강 일대에서 웅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의 하나로 설치된 신곡수중보로 인해 물길이 막혔고 강변 개발로 웅어의 산란 장소인 갈대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철책 안에 있어 허가된 사람만 어업이 가능한 김포시 전류리 포구는 한강의 마지막 남은 포구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이자 거센 조류가 형성돼 있어 온갖 생선들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한강 자락에서는 이곳에서만 웅어를 볼 수 있다.

사정은 지방의 웅어 산지였던 금강 하구의 강경포구나 영산강 하구의 구진포도 비슷하다. 1980~1990년대에 만들어진 하굿둑이 물의 교류를 막아 둑 안에 갇힌 물이 민물로 바뀌면서 웅어가 자취를 감췄다. 웅어는 과거 어민 사이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배 한가득 잡아봤자 값어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잡히는 양도 적고 중국, 홍콩 등에도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 효자생선으로 돌변했다. 부산 사하구 하단어촌계는 낙동강 하류에서 잡힌 웅어를 이용해 매년 5월 웅어 축제를 열고 있다.

조선시대 지어진 ‘한국수산진’,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양군지’ 등 고문헌에는 임금이 먹던 귀한 영양식으로 소개된다. ‘경도잡지’에는 궁중 음식 관련 업무를 맡아 보던 사옹원이 직접 나서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웅어를 잡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옹원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어소(葦漁所)를 설치해 웅어젓을 담그기도 했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통해 웅어의 맛을 ‘극히 감미로워 횟감으로 상등품’이라고 표현했다. 소설가 월탄 박종화도 “5월 단오 행주강에 나가 행주산성을 바라보면서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선유(船遊, 뱃놀이)하면서 먹는 웅어회는 기막히게 좋다”며 “웅어는 회로만 먹을 것이 아니라 칼날같이 푸르고 흰 웅어를 두름으로 낚아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 후 난도질을 쳐서 동글동글 단자를 만들어 고추장을 물에 타서 끓여 놓고 상추쌈을 해서 먹으면 천하일품의 진미”라고 극찬했다.

웅어는 뼈째 썰어 초장에 찍어 먹거나 구워 먹는 게 가장 맛있다. 행주 지역 민가에서는 기름기가 가득한 웅어를 잘게 썰어 웅어회비빔밥을 즐겨 먹었다. 금강 유역에서는 미나리, 오이, 당근, 양파 등 채소에 참기름과 참깨를 버무린 웅어초무침과 웅어젓갈이 봄철 별미로 꼽힌다. 여름철 입맛을 살리는 데 좋은 웅어알찜, 고추장 넣고 자박자박 끓여 매콤하게 먹는 웅어감정, 손님상에 빠지면 섭섭해한다는 웅어식해 등도 웅어를 이용한 음식으로 이름이 높다. 이외에 웅어추어탕, 웅어회국수, 웅어기름 해물전 등도 맛이 좋다. 충청도에서는 김에 싸서 먹기도 한다. 그밖의 지역에서는 마늘과 고추를 넣어 상추에 싸서 즐긴다.

웅어는 몸통이 통통하면서 탄력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눈알이 맑고 아가미가 선홍색을 띠며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고 비늘이 제대로 붙어있는 게 좋다. 잡는 즉시 내장이나 머리를 떼어내고 상하지 않도록 얼음 등에 싸 보관해야 한다. 비타민A, 칼륨, 인, 레티놀 등을 함유해 시력보호에 도움이 된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기운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해독 효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만성 위장병이나 소화불량 치료에 효과적이며 웅어를 소금에 절여 치질, 종기 등에 붙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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