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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전성시대, 건강관리협회 향한 이유있는 불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25 18:46:00
  • 수정 2015-06-29 14: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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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영리법인데 수익사업 치중” 비판 거세, 주변 의원 초토화 … 예방접종비 덤핑, 개원가 반발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신문광고 일부

최근 암·당뇨병 등 중증 만성질환의 증가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검진기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정상적 저수가 탓에 진료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 수익원을 만들려는 몸부림인 셈이다.

이 경쟁에서 건강관리협회는 막강한 조직과 인력을 바탕으로 전국의 건강검진 환자를 싹쓸이해오면서 몇년 째 의료계로부터 불법 환자유인을 통한 수익사업 전개, 무차별적 예방접종 덤핑할인 등의 비난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검진환자를 뺏긴 병·의원들이 시기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국민건강을 빌미로 수익사업을 하거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등이 불법 환자유인 행위 등에 대한 신고 및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건협 측이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싹쓸이 건강검진’에 대한 논란과 불만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개인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모 씨는 “그동안 행해졌던 전방위적 환자 유치로 건강검진을 독식한 탓에 건강관리협회를 국가 공인 검진기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인지도 면에서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은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기만 되면 건강관리협회만 북적이고 인근 병원들은 썰렁한 현상이 반복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건강검진기관 관계자도 “대부분의 건강검진기관이 비영리법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는 수익 창출을 위해 건강검진 환자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관리협회는 1964년 설립된 한국기생충박멸협회를 모체로 한다. 1982년 비전염성·만성·퇴행성질환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건강관립협회가 설립됐으며 1986년 기존에 있던 기생충박멸협회와 통합하면서 현재 건강관리협회의 형태를 이루게 됐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현재 전국 16개 시도 지부에 건강검진센터가 있으며 의사 150명과 직원 1600명을 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부처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건협을 둘러싼 가장 큰 의혹은 불법 환자유인 행위다. 마치 공공기관인 것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안내문을 발송해 검진자를 모으고, 해당 요양급여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건협의 환자유인 행위가 문제가 된 것은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대한의사협회 불법진료대책위는 건강관리협회를 의료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당시 건협은 의료기관이 아닌 데도 의료인 및 의료기관만 할 수 있는 의료광고를 냈다. 올해에 들어서야 의협으로부터 광고심의를 받아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명의로 ‘메디체크’란 건강검진상품을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건협은 특히 건협이나 건강증진의원에 방문한 적이 없는 불특정 다수 대상자에게 검진 안내문을 발송해 개인정보 입수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법원은 이같은 혐의를 인정, 2011년 건강관리협회에 벌금 300만원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최근엔 이런 행위를 자제하고 있다.

2011년 청주상당경찰서는 교통편의 등을 제공해 환자를 유인한 뒤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방법으로 건보공단으로부터 검진비를 타낸 건강관리협회 충북지부 관계자 두 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약 3개월간 건강검진 대상자 11명에게 버스와 승합차 등 교통편의를 제공해 건강관리협회로 유인해 검진을 실시하고 이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준 뒤 건보공단으로부터 100여만원을 청구해 챙겼다.

2013년엔 경남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상남도의사회는 건강관리협회가 △환자를 지정한 날짜와 장소에 모이라고 전화하는 행위 △차량을 이용해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행위 △공단에서 보내는 것처럼 엽서를 활용해 특정 병원으로 유도하는 행위 △검진센터에서 간암 검진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초음파행위를 하는 행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불법 건강검진 의료기관 대책’ 건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관리협회의 이런 불법 행위는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한 각 시·도 지부 간 실적 경쟁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며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이라는 건협의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유인 행위는 정보제공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의료광고 및 의료법에 따르면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고발이 이어지고 의협 측이 전국 단위의 감시 및 신고 활동을 강화하면서 우편, 전화, 메시지 등을 이용한 환자유인 행위가 사라지자 이번엔 예방접종 가격 덤핑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 25개구 의사회는 독감 예방접종 시기에 건강관리협회와 인구보건복지협회(옛 가족계획협회) 등이 무차별적 가격할인으로 환자를 유인해 동네의원을 초토화시키고 의료시장 질서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건강관리협회는 독감백신 접종가를 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개원의들은 적정 접종가격이 백신공급가 1만원, 의사진찰료 1만원, 세금 및 부대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2만5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최근 “일부 의료기관, 건강관리협회 등 무차별적인 가격할인과 불법적인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기관을 주시하고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 관계자는 “개인 병·의원이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건강관리협회와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며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가 나서 독감백신의 가격을 두고 벌어지는 과잉경쟁과 의료의 왜곡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협이 제약사를 압박해 비정상적으로 싼 가격에 백신을 조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건협과 관련, ‘고위 보건복지 공무원을 간부로 위촉해 공공기관 행세를 한다’, ‘청와대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전담해 빽이 든든하다’는 루머가 대표적이다. 최근 건강관리협회는 모 건강검진기관으로부터 청와대 직원 검진사업을 빼앗아오는 성과를 이뤘다. 과거에 매출 향상 및 인건비 감축을 위해 공보의를 혹사시킨 사례도 건협의 비도덕성이 드러난 사례다.

건강관리협회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사실 여부를 물어보는 검진자들이 종종 있다”며 “과거 지적 사항이었던 공보의 동원, 우편물 발송을 통한 환자 유치 등 문제는 개선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주변 병·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간 경쟁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는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건협의 싹쓸이 건강검진은 1차의료기관의 붕괴, 국민의 선택권 저하, 검진서비스 질 하락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건강관리라는 협회 명칭 그대로 국민의 잘못된 건강지식을 바로잡고 확산시키는 사업은 등한시하고 수익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문제다.

보건의료시민연합 관계자는 “검진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질 높은 검진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주변 병·의원을 긴장시켜 검진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건강관리협회가 주변 병·의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 1차진료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진기관간 과열 경쟁 해결에 정부 부처가 적극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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