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병원 방문을 기피하고 또 메르스에 노출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물론 그 병원의 직원과 가족과의 접촉도 꺼리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감염의 두려움을 이기고 환자의 생명을 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하고 있던 메르스 잠재노출 환자가 전원돼 왔으며 다음날인 20일 응급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거주하는 전 씨(72세)는 포항 소재 모 병원에서 간경화를 진단받고 치료받던 환자였다.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화와 원발성 담도경화증(담도에 지속적인 염증 반응으로 담도가 망가지는 병)을 앓고 있었다. 2015년 초에는 간질환이 악화되어 복수가 조절 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기도 했었다.
결국 간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임을 알게 된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고 외래 진료 후 입원이 결정되어 간이식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6월 1일 삼성서울병원 외래 방문으로 인해 메르스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되었고 경과를 관찰하던 중 6월 11일경 갑자기 전신상태 악화로 인해 이식이 급하게 필요하여 삼성서울병원에 재입원했다.
이후 급속한 간기능 악화 및 콩팥기능 저하로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기다림 끝에 뇌사자 간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메르스의 감염 우려로 장기구득을 위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메르스에 대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 여러 주요 병원으로 환자 전원 및 간이식 수술을 문의했으나 번번이 어렵다는 거절의 대답을 들었고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문의를 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긴급 관계자 논의 후 전원을 받은 후 이식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환자는 잠재 접촉 가능성이 있으나 메르스 증상은 없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수술 준비와 과정에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완벽히 대비했다. 감염 관리실, 감염내과, 마취과, 중환자실 및 수술실 간호부와 외과 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조 아래, 환자가 병원으로 진입하는 단계부터 중환자실 입실, 수술실로의 이동, 수술 중 수술실 관리, 수술 후 중환자실 이동 등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환자는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간이식팀(한호성 교수, 조재영 교수, 최영록 교수)의 집도로 ‘뇌사 공여자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비교적 짧은 7시간의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보호 장비로 인해 평소의 간이식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의료진은 수술복을 입은 후 방호복 위에 또다시 수술복을 껴입었고, 수술용 확대경에 보호안경을 추가로 착용했다. 방호복을 포함해 세 겹이나 되는 옷을 입고 장시간의 수술을 진행하느라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특히 보호안경 내부에 습기가 차서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다. 장갑을 세 겹으로 끼고 수술을 진행하는 것도 이번 수술의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배출되는 환자의 날숨에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차단 하고자 쓴 N95 마스크로 인해 수술실 간호사는 탈진하기도 했다.
한호성 교수(암·뇌신경진료부원장)는 “환자는 현재 음압 격리된 중환자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를 착용한 간호사들이 헌신적으로 간호하면서 의식도 완전히 깨어났고 자발 호흡이 돌아와 인공호흡기도 분리하여 잘 회복하고 있다”며 “수술 전 악화된 콩팥 기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24시간 투석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식된 간으로의 혈류도 좋고 혈액 검사 지표도 호전을 보이고 있어 콩팥 기능도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 병원은 2003년에 개원한 신생 병원으로서 간이식 프로그램에서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의료진과 잘 정비된 이식 프로토콜, 최첨단 시설과 장비로 간이식 수준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의 메르스 사태에도 분당서울대병원은 메르스에 대한 표준 지침을 세우고 메르스의 확산방지에 그치지 않고, 타 병원과는 다르게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 메르스 의심 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 하고 있다”며 “이번 간이식 수술도 어느 병원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사안을 표준지침과 지금까지의 노하우, 그리고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력으로 두려움을 훌륭하게 극복하여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