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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떼기시장 같은 대형병원 응급실, 메르스 확산 주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16 14:19:01
  • 수정 2015-08-05 09: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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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과밀화지수 133.2% … WHO “혼잡한 응급실 개선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메르스)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6일 기준 사망자는 19명, 확진자는 162명으로 당분간 감염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14번 환자가 의료진과 환자 등 17명을 감염시켰다.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가 20명 넘게 감염시킨 것을 제외하면 병원 감염 중 가장 많은 사례다. 이에 따라 응급실 내 감염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으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로 보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 조사한 결과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6.3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응급실은 북적이는데 남는 병실이 없어 치료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두 번째로 많은 병원 감염이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과밀화지수는 133.2%로, 서울대병원(175%), 경북대병원(154%), 서울보훈병원(138.5%)에 이어 전국 4위를 기록했다. 133.2%라는 수치는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에 133명이 머무르고 있다는 의미로 작년의 110.9%보다 23%p 늘어 과밀화 정도가 점차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분당서울대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지수는 125.5%, 서울성모병원은 110.8%,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105.5%, 서울아산병원은 103.8%로 빅5 병원의 응급실 모두 포화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입장에서는 응급실이 포화 상태이더라도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를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응급실 과밀화지수는 병상수·365일·24시간을 곱한 뒤 내원환자의 재실시간 총 합계로 나눈 값이다.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00%를 초과하는 병원은 병상이 부족해 응급실 내원환자가 간이침대,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환자만 8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으로 응급실에만 하루 200여명이 내원 및 체류한다. 의료시설이 좋다보니 응급실을 통한 입원을 원하는 환자도 많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과밀화 때문에 병동에 비해 감염 통제 자체가 어려운 공간”이라며 “우리 병원 응급실은 하루에 내원환자와 보호자 200여명과 직원 50명이 오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응급실내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찬 공기가 밑으로 가고 더운 공기가 위로 가는 자연적 대류현상과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바람으로 인해 비말과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평균 20도의 응급실 온도는 바이러스의 활동력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저수가 문제로 인한 응급시설 및 인력부족,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등을 응급실 과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송형곤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대형병원은 외래에서 입원 예약을 하는 사람을 위해 병상의 90∼95%를 확보하는 반면 응급실용으로 비워두는 병상은 5∼10%에 불과하다”며 “환자가 1인실 또는 6인실 등 특정 병실을 원하지만 남는 병상이 나지 않아 응급실에서만 머물게 되고, 결국 응급실에서 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로 환자가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병실을 무작정 응급실용으로 비워놓기는 어렵다”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중증도나 감염 위험도에 따라 환자를 구분하지만, 이들이 제때 일반 병실로 올라가지 못하면 뒤섞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병원이 외래 예약환자 위주로 병실을 돌리는 이유는 뻔하다. 외래를 많이 봐야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백날 운영해봐야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응급실이 아닌 일반병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까지 메르스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 것은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은 간병인, 보호자들이 간병을 전담하는 현실과 내무반실 ‘6인실’ 병실 구조도 한 몫 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UAB)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조도연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미국에 있는 한국인 의사가 본 한국 메르스’라는 글을 통해 “한국의 6인실 및 내무반식 시스템은 한국의 싼 의료보험수가를 지탱하기 위해 만든 병실제도인데 바로 전염병의 온상”이라고 꼬집었다. 옆 환자가 무슨 음식을 먹는지, 어떤 개인사가 있는지 며칠이면 다 알 수 있는 구조에서 호흡기질환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부족한 의료인력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는 4.5로 미국(0.71), 영국(0.56), 일본(2.0)에 비해 턱없이 많다. 의료진이 담당하는 병상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니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과 식사를 돕고 치료에 수반되는 각종 행위를 보호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병원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관행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정부 합동조사단는 메르스가 초기에 확산된 이유로 응급실 과밀화로 인한 ‘의사 쇼핑(doctor shopping)’ 관행을 꼽았다.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은 “대부분 의료진이 메르스에 익숙지 않았고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실 등이 병원 내 감염 확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치료를 위해 많은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사 쇼핑이나 많은 지인들이 환자를 방문·문병하는 문화가 2차 감염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쇼핑은 의료진 소견을 믿지 않고 여러 병원을 오가며 진단을 받거나 처방전을 쉽게 받기 위해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는 관행을 뜻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역사회 감염 증거는 없다”면서도 “발병 양상이 복잡하고 대규모로 이뤄져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이 예상되므로 한국 정부는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강화된 질병 통제·예방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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