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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먹는 ‘게장’ … 감이랑 함께 먹지 마세요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08 09:45:19
  • 수정 2020-09-14 13: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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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벌떡게장’·경기도 ‘참게장’ 유명해 … 5월 산란기 맞은 암게가 최고의 재료

게장에는 5월 산란기를 맞이하는 암게가 가장 좋은 재료가 되며, 전남지방의 ‘벌떡게장’, 경기도의 ‘참게장’ 등이 유명하다.1724년 조선시대 20대 왕인 경종은 한여름 식욕이 줄어들고 원기가 떨어져 저자거리에서 의술로 이름을 떨치던 이공윤에게 진료를 받았다.

이공윤은 경종의 비위를 좋게 하는 육군자탕을 처방한 후 게장과 생감을 진어했다. 그날 밤 경종은 갑자기 가슴과 배가 조이는 통증을 호소했다. 이공윤은 복통과 설사를 진정시키려고 곽향정기산을 처방했는데도 차도가 없자 “설사를 그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계지마황탕을 처방한다. 하지만 경종의 환후가 더 나빠지고 맥박이 약해져 즉위 4년만에 숨을 거뒀다.

게장과 감은 상극 궁합을 가진 음식으로 꼽힌다. 여러 문헌에서도 감과 게를 함께 먹지 말라고 적혀 있다. 게는 성질이 찬 음식으로 옻의 독을 해독할 때 쓰인다. 옻과 닥은 속이 찬 사람이 함께 고아 먹으면 설사를 멈출 정도로 성질이 뜨겁다. 옻을 먹고 피부염이나 두드러기가 생겼을 때 게장을 바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감도 성질이 매우 찬 과일로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이 함께 먹으면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게장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규합총서(閨閤叢書)’, ‘주방문(酒方文)’, ‘시의전서(是議全書)’ 등 다양한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17세기 말에 쓰여진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게장 조리법 중 하나인 ‘조해법(糟蟹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조해법은 술지게미(술을 빚은 후에 술을 짜내고 난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게를 담그는 것으로 장기간 보관해서 쉽게 상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주해법(酒蟹法, 술로 절임), ’초장해법(醋醬蟹法, 초장으로 절임)‘, ’염탕해법(鹽湯蟹法, 끓인 소금물로 절임)‘ 등이 있다. 18세기 후반 ‘청장관전서’에서는 ‘게딱지에 밥을 담아 먹지 말라’는 구절이 나오는 데 식사예법에 어긋난다는 가르침이다.

일반적인 간장게장을 담그려면 먼저 게를 물에 담아 솔로 깨끗히 닦고 물로 헹군후 소금에 약 6시간 절인다. 간장은 참기름, 설탕, 파, 마늘, 생강, 고추 등과 함께 끓여둔다. 충분히 소금에 절여진 게를 적당한 그릇에 담고 뜨겁게 끓여둔 간장을 붓는다. 약 한시간이 지난 후 간장만 따라내어 다시 끓여 게에 붓는다. 이 과정을 서너번 반복해 게를 소독하고 볼순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간장을 끓여가며 조리하면 약 2주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기호에 따라 간장을 끓일 때 쇠고기를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요즘에는 비린내를 제거하고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레몬, 후추, 한약재 등을 넣는 경우도 있다.

양념게장은 고춧가루에 배와 양파, 생강, 마늘 등을 갈아넣은 뒤 통깨, 참기름과 버무려 먹는다. 버무린 뒤 한 나절 후면 먹을 수 있지만 2∼3일 안에 먹어야 고유의 새콤·달콤·매콤함을 잃지 않는다. 양념에 버무리기 전 액젓과 간장을 달여 식힌 맛간장에 재워두면 간이 잘 배고 좀 더 오랜 기간 놔두고 먹을 수 있다.

전라도지방의 게장으로는 벌떡게를 이용한 ‘벌떡게장’이 유명하다. 벌떡게는 민꽃게(Charybdis japonica)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만 서식하는 게로 딱딱한 적갈색의 갑각을 가졌다. 1814년 정약전이 기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벌떡게의 크기가 클 경우 토막내 간장에 재워 1~2일 지나면 신선하고도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적혀있다.

벌떡게는 주로 갯벌에 서식하며 꽃게보다는 크기가 좀 작다. 인기척을 느끼면 도망가는 다른 게들과 달리 잡으려고 건드리면 피하기보다 집게다리를 번쩍 들어 대항한다. 이같은 모습때문에 벌떡게란 이름을 얻었다. 지역에 따라 방칼게(빤장게), 돌게(독게) 등으로 불린다. 전남에서는 게를 토막 내 양념간장에 부었다가 즉시 먹으며, 전북에서는 자르지 않은 게에 끓인 간장이나 소금물을 부어 장기간 저장해 두고 먹는다.

경기도에서는 참게를 이용한 ‘참게장’을 즐겨 먹는다. 참게는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민물에서 주로 자란다. 특히 임진강 유역의 파주에서 잡힌 참게는 맛이 독특하고 흙냄새가 적어 예부터 이름이 높았다.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해 참게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 임진강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들다. 참게장은 가을에 담궈 다음해 여름반찬으로 먹는다. 따라서 오랜기간 보관하기 위해 다른 게장에 비해 맛이 짜다.

전남 강진에는 콩만큼 작은 게를 맷돌아 갈아 걸쭉해진 덩이를 소금, 고춧가루 등과 버무려 담근 ‘콩게젓’이 있다. 제주도에서는 게장을 ‘깅이젓’이라 부르며 삼월보름날 썰물 때에 잡아서 장을 담근다.

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소화가 잘되며 담백하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 중 하나다. 특히 게의 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방지에 좋다. 간장, 심장 등을 강화시키는 타우린도 경우에 따라 ㎏당 약 450㎎까지 함유돼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타우린은 감칠맛을 줄뿐만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에 포함된 글루타민산, 글리신, 알지닌, 구아닌산 등 아미노산 성분은 게 특유의 향과 맛을 낸다. 따라서 간장게장은 발효의 의해서 구수한 맛이 살아나 밥과 잘 어울린다. 게의 껍질에 들어있는 키틴과 키토산은 항암작용과 면역체계를 활성화해준다.

암게가 산란기를 맞이하는 5월에 잡히는 암게가 맛이 가장 좋다. 11월에는 수게의 살이 가득 오른다. 수컷은 살이 많아 찜으로 먹기에, 암컷은 알이 차 게장 담그기에 좋다. 살이 통통히 오른 수게를 사용해 찜을 주로 하는 중국이나 서양과 달리 게장을 좋아하는 한국에서는 수게보다 암게의 가격이 더 높다. 꽃게의 맛이 가장 좋은 때는 3~5월 중순쯤으로 이때는 산란기 직전이라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알과 내장도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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