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공포가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가운데 전문가들이 ‘병원내 감염 차단’과 ‘메르스 비(非)노출 병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기 중 감염 및 대규모 지역사회 발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주최한 ‘메르스 그 끝은 어디인가, 가상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병원은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 모인다는 특성상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장소”라며 “병원내 감염만 철저히 막으면 메르스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메르스 환자가 대부분 병원 내에서 감염된 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 환자의 경우 진단이 늦어져 여러 병원을 다녀야 했고, 이 과정에서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아직 메르스에 노출되지 않은 병원을 적극 보호해 치료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이 교수는 “이 교수는 “환자 자신이 메르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할 경우 의료진까지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런 경우 최소 14일 동안 진료를 못하게 돼 병원의 치료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출력이 있는 환자를 사전에 철저히 스크린해서 입원 전에 전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병원 내 의료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국가가 메르스 전담 병원을 지정해 진료 및 치료를 한곳에서 몰아서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보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이 교수는 “아직 지역사회 발병이 이뤄지지 않았고, 중동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지역사회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미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주 주말을 지나 다음 주까지를 기점으로 천천히 감소되는 패턴을 보이면 종식 선언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높은 사망률에 대해서도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의 경우에 한정된다’고 못박았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감염자의 메르스 치사율은 30.4%로 중동지역의 경우 1018명의 메르스 감염 환자 중 309명이 사망했다. 이 중 1차 감염자의 치사율은 35.8%에 달했지만, 2차 감염자의 경우 17.9%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또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진은 치사율이 5.7%에 불과했다. 특히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치사율이 12.3%였지만, 반대의 경우 45.2%로 크게 뛰었다.
이 교수는 “병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의 치사율이 10%대인 것은 절대 낮은 게 아니지만 만성질환자나 고령환자가 감염되면 치사율이 40~50%에 달한 반면 건강하고 젊은 환자에서는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며,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려면 고도의 중환자 치료방법을 동원해 면역력을 회복시키고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도 일부 지역의 휴교와 집단행동 자제 경향에 대해서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일부 학교에서 전문가와 상의 없이 학부모들의 항의로 휴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휴교나 집단행동 자제 등에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같지 않다는 게 대전제”라며 “메르스는 사스처럼 전염력이 높지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서 일어난 메르스 감염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의 경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절대 전염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사스 아웃브레이크 때에도 접촉자들을 격리하지 않았는데, 현재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관찰 대상자가 1000명이 넘은 상황에서 이들을 다 격리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르스 발생 병원을 공개할 대상은 의료진으로 한정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발생 병원의 명단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크게 동요하게 된다”며 “하지만 의료진은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야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