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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동 이전 앞둔 국립중앙의료원, 환자 떠나고 적자는 늘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26 01:58:55
  • 수정 2020-09-14 1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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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수익 354억원 적자, 중증·만성질환 환자 이전 대비해 병원 옮겨 … 공공의료사업 규모 늘어 재정 악화

국립중앙의료원 전경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을 앞둔 국립중앙의료원(NMC)이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몇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NMC의 의료수익은 741억원, 의료비용은 1조95억원으로 진료에서만 약 3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의료수익은 16억원 가량 줄어든 반면 의료비용은 30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5억원 적자로 2013년(84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액이 41억원이나 늘어 경영지표가 악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원지동 이전 발표 후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가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MC 관계자는 “고령 및 만성질환 환자들이 병원 이전에 대비해 미리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는 사례가 많다”며 “이전 시점이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내일 당장 병원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의 지난해 입원수익은 378억원으로 2013년의 425억원에 비해 47억원 가량 줄었다. 이는 장기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및 만성질환 환자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환자 수는 줄어드는데 현재 시행 중인 공공의료사업의 규모와 비용은 점차 늘어 경영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천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국립중앙의료원의 공익적 비용 계측 연구’에 따르면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에볼라 예방사업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데 소요된 비용은 290원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MC는 세월호 사고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나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등 세계적인는의료 문제에 의료진을 파견한 바 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에볼라바이러스 관련 현지 파견이 이뤄진 곳은 의료원이 유일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 및 다문화가족 진료, 국제 보건의료 지원, 재난응급의료 지원 등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가 누적되면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줄고 있는 정부출연금도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NMC는 2010년 법인화된 이후 정부로부터 매년 4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최근 지원금이 2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150억원까지 감축될 뻔 했지만 의료원 적자 등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204억원으로 조정됐다. NMC 측은 적자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나 물자를 절약하는 등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태다. NMC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개선 등 여론몰이에 유리한 정책으로만 정부예산을 전략적으로 배정하는 분위이기다보니 NMC를 통한 공공의료사업엔 관심과 투자가 소홀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NMC의 원지동 이전은 이같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병원 측은 2019년까지 원지동 6만9575㎡(2만1046평) 부지에 중환자실 및 외상병상 250병상을 포함한 총 700병상 규모로 신축·이전할 계획이다. 원래 2018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과 정치권, 서울시 중구 주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1년 연기됐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2015년 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총 36개월에 거친 원지동 이전 추진일정을 확정했다. 추진일정은 기본계획수립 및 설계 발주준비(3~5개월), 설계(14~15개월), 시공(34~36개월) 등 3단계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달청과 맞춤형 서비스 약정을 체결했다.
NMC는 이달 중 사업시행자를 서울시에서 보건복지부로 변경하고, 감정평가와 원지동 부지 매매를 4월 중으로 완료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설계는 오는 8월부터 내년 10월까지로 예정했다. 

오는 11월부터 6개월 간은 중간설계 과정으로 사용자협의, 평면·입면·단면 설계 발주, 각 공종 결정, 인허가준비, 중간견적을 마치게 된다. 마지막 6개월은 실시설계 단계로 도면 및 인허가 완료, 시방서 작성, 견적을 완료하게 된다.
향후 추진일정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19년 11월부터 첫 진료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안 원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들도 새로 지을 때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원지동 이전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후 주변 지역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현재 을지로 부지에 서울 의료원 분원 형태로 새 병원을 건설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기능을 유지할 계획이다.
200병상 규모인 서울의료원 분원에 투입되는 초기 장비구입비와 시설투자비는 복지부가 전액 지원하고 의료인력 조달과 공공보건프로그램 사업도 복지부가 지원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현재 NMC가 위치하고 있는 중구의 을지로에서는 응급·외상·감염병 관리 등 국가 중앙 공공의료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곤란하다”며 “낙후된 시설은 리모델링에도 한계가 있고 응급헬기 이착륙의 어려움 및 도심 교통체증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지동에서는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부지 덕분에 뛰어난 접근성으로 서울시민 뿐 아니라 전국민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서울 외곽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중증외상진료 및 감염병 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국가 공공의료 중앙병원으로 제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NMC가 원지동으로 이전하면 공공의료기능이 축소될 게 뻔하다는 의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현재 서초구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일반병원급(30병상 이상) 이상 의료기관이 8곳, 총 병상수는 2161병상에 달한다. 반면 중구는 NMC, 인제대 서울백병원, 제일병원 등의 병상 수를 합쳐도 839병상에 불과하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대형병원이 즐비하고 병상 수가 3000개가 넘는 서초구에서는 민간병원처럼 효율성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NMC가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음에도 보수적인 경영문화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보 및 마케팅도 부족해 일반인 중에선 국립중앙의료원이라는 명칭을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외적 이미지나 경영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NMC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이전이 아니라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한다”며 “정부는 단순히 큰 이슈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NMC 등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취약한 응급의료 분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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