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가진 엄마들은 한번쯤 딸이 하늘하늘한 튜튜를 입고 발레하는 모습을 떠올려보기 마련이다. 발레는 여성들의 로망으로 여겨진다. 여성미를 그대로 녹여 우아하고 가녀린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어서다. 어릴 적 발레리나를 꿈꿔본 여성은 자신의 딸이 로망을 실현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스스로 발레를 하고싶어서 학원을 찾기보다 엄마손에 이끌려 오는 게 대부분이다. 엄마들은 ‘아이를 날씬하게 만들어 주세요’ ‘예뻐지게 해주세요’ ‘안짱다리나 팔자걸음을 고쳐주세요’ 같은 신체적 문제를 개선하거나 장점을 키워줄 것을 요구한다. 아무래도 외모가 점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딸을 키우는 엄마들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유아발레를 가르치는 발레교사 이모 씨(28·여)는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살이 찌면 안 된다고 강조하거나, 아이의 외모를 관리해줘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발레를 배우면 분명 예쁜 몸매를 만드는 바탕이 마련되지만 이 하나에만 치중하는 분위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레는 단순히 예쁜 몸매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능력과 감각을 키워준다. 먼저 관절의 힘이 길러지고, 균형 및 회전 감각이 높아진다. 아이들이 한참 크는 나이에 키크는 동작 위주로 발레하다보니 살이 많이 빠지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동작을 익히는 과정에서 균형잡힌 신체는 물론 예술성, 감수성, 창의력과 표현력까지 키워줄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
박현선 파드샤발레 원장(국민대 평생교육원 소셜댄스스포츠학부 교수)은 “만 4세 정도에 발레를 시작하면 신체·정서적 발달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며 “이 나이 때 아이들은 워낙 유연해서 발레를 쉽게 따라하는 데다가 선생님 말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에 배우는 발레는 엄밀히 말해서 정통 발레라고 할 수는 없고 주로 스트레칭을 기반으로 놀이문화를 결합한 형태”라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발레 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발달시킨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엄마가 누워서 다리를 잡아주고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식의 형태가 많다.
운동신경은 보통 10세 이하, 6~7세 정도에 형성돼 평생을 좌우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유아는 호기심은 많은 데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싫증을 낸다. 이에 따라 영어, 오감놀이 등 다양하게 변형된 놀이를 결합해 이뤄진다.
박 원장은 “정통발레 수업은 발레의 기초를 튼튼히 쌓도록 단계별로 테크닉을 배우는 형태로 진행된다”며 “예컨대 놀이 발레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주님 드레스 같은 튜튜 의상이 허용되지만 정통 발레교실에서는 레오타드만 입히는데, 이는 바른 자세를 잡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놀이 발레와 정통 발레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아이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각 발레교실의 특성을 잘 알아본 뒤 선택하는 게 좋다.
박현선 원장은 “아이의 집중력과 의지에 따라 4~5세부터 바른 자세를 잡아가는 발레수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즐거운 수업 분위기에서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고,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음악성과 표현력을 키우며, 발레에 대한 흥미를 키워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에 접어들면 근육을 정확히 사용하는 클래식 발레 테크닉을 배우는 수업을 시작하면 된다. 발레 전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그는 “나이가 어려도 정확한 근육을 사용하는 발레 수업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많은 아이들이 정확하지 않은 발레 교육으로 오히려 자세나 근육이 잘못 형성돼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른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고 동작만 어설프게 따라해서는 체형을 바꿀 수 없다”며 “발레 동작을 정확히 하려면 기본자세부터 정확히 다져야 하고, 기본자세를 정확히 익히려면 몸의 구조를 바꿔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레를 하기 유리한 신체적 조건은 무엇보다 팔다리가 기본적으로 긴 체형이다. 이밖에 발등, 무릎 등이 예뻐야 하고 다리가 X자 혹은 O자가 아닌지 여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X자 다리나 O자 다리 등은 어렸을 때 발레하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으므로 노력하기 나름이다.
박현선 원장은 “발레에서 원하는 까다로운 신체조건을 완벽하게 타고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며 따라서“발레전공생에게 체형을 교정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해도 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나 단점은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얼마나 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잠재력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좋은 교사는 아이의 체형 단점을 인지하고 이를 교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후 발레를 전공하기로 결정했다면 단기간 콩쿠르 성과 등에 조바심을 내지 말고 아이의 체형이 교정되는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발레 전문가들은 체형이 바뀌면 테크닉은 반드시 향상된다고 강조한다.
발레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면 많이 연습할수록 좋다. 놀이발레는 주 1회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발레리나를 지망한다면 예쁜 체형을 만들어 가도록 필요한 근력과 유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동작 등 반복 주기가 짧을수록 실력 향상은 빠르게 나타난다. 전공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게 좋다.
발레를 중간에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는 아이는 한두 클래스는 이전에 들었던 수업을 수강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발레학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연령대에 맞춰 수업하는 만큼 원래 들었던 수업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