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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병원, 적자 쓰나미에 ‘휘청’ … “근거없이 방만경영 지적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21 17:36:23
  • 수정 2015-05-26 1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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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외래진료 수익 성인의 64%, 1년간 병상당 2900만원 손실 … 수가보전 절실

서울대어린이병원 외관

소아청소년과 중소 병·의원에 이어 국공립 대학병원내 어린이병원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대어린이병원은 190억원, 서울아산병원은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어린이병원은 환자 수나 수술 건수가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수가다. 문정주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이 발행하는 ‘E-Health Policy’에 기고한 ‘어린이병원 육성 및 지원방안’이라는 글에서 “경증 외래 진료에 초점을 둔 지불제도, 비급여 진료에 따른 보충수입이 있어야 경영수지가 맞는 저수가가 현재 건강보험제도의 실정”이라며 “비급여 매출을 증대할 여지가 거의 없는 중증 어린이환자 진료는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린이환자의 외래진료 수익은 성인 외래진료 수익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입원치료 수익은 성인의 84%로 그나마 높지만 어린이환자의 경우 30일 이상 장기입원하는 비율이 전체의 4분의 1에 그친다.
보통 외래 소아환자 한 명당 9000원, 1년간 병상 한 개당 29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소아수술실의 경우 가동률이 97%로 일반수술실의 128%보다 낮아 손실이 큰 편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병원과 달리 손이 많이 가는 어린이병원의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신체성장과 정서적, 심리적 발달을 고루 감안해야 하는 만큼 필요한 시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린이가 입원 및 요양을 할 수 있는 내부 환경을 조성하고, 난치성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가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원내 학교를 개설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놀이 공간과 영아 수유를 위한 곳도 필요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환자를 위한 무균실과 격리실도 필수 시설이지만 설치 및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2011년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가 실시한 ‘어린이병원 운영모델 개발방안 연구’에 따르면 150병상 규모로 대학병원 수준의 권역별 어린이병원을 운영할 경우 기관당 연 65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적자의 원인은 간호인력의 투입이었고 병동과 중환자실 등 기본 진료시설을 운영해 얻는 적자만 46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이유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병원은 대부분 어린이병원 운영을 포기한 상태다.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자체적으로 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국립대병원이라고 해서 어린이 진료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립대병원은 어린이 전용 병상을 운영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200여억원을 들여 200병상 규모의 어린이병원을 건립하려 했지만 3단계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경되며 사업비와 규모가 반토막난 상태다.

한 어린이병원 관계자는 “어린이병원내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한 병상당 1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의료수익에 의존해 진료할 경우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채 국회나 언론 등에선 적자의 이유를 무조건 방만경영이라고만 지적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외국의 경우 중증 어린이 환자 치료 및 재활의 중요성을 깨닫고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왔다. 미국은 1855년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을 처음 설립한 뒤 지금까지 총 250여곳의 어린이병원을 설립했다. 주요 도시에 최소 한 곳 이상의 어린이병원이 어린이 환자의 진료 및 치료는 물론 난치성질환 관련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어린이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1965년 국립아동병원을 세웠다. 현재 어린이병원 수는 26개 정도로 한국처럼 대부분 적자로 운영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문 교수는 “권역별 어린이병원 설립을 준비하던 때부터 적자 운영이 예상됐고 설립 사업에 참여한 병원들 모두 운영예산 지원을 건의했지만 정부 예산은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며 “운영비 지원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정부의 ‘일방정익 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정책이 추진되면 어린이병원은 방만경영의 실책을 범하는 곳으로 오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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