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밍밍하지만 여러 번 먹어봐야 참맛 느껴 … 함흥냉면, 물냉면보다 비빔냉면이 진짜
2013년 9월 현대카드 강남 상권 매출전표에 따르면 다수의 지역에서 냉면이 삼겹살을 제치고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시기가 여름이라 시원한 냉면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냉면이 이제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냉면은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눠진다. 두 냉면의 가장 큰 차이는 면이다. 평안도는 북한에서 비교적 넓은 평야가 자리잡고 있다. 메밀의 대규모 경작이 가능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메밀에는 면의 끈기를 더하는 글루텐이 없어 비비다보면 쉽게 끊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평안도에서는 주로 가위로 자를 필요 없이 육수에 말아 먹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은 심심한 맛에 실망하기도 한다. 대부분 한 번만 먹어서는 맛을 알기 어려워 여러 번 먹어봐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한 메밀 향과 깊이 있는 육수, 맛깔나는 밑반찬이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평양냉면이라 부를 수 있다.
함경도는 산이 많아 옥수수, 감자 등이 주요 재배 작물이었다. 이를 면의 주재료로 사용해 면발이 쉽게 끊어지지 않고 질겼다. 게다가 산간지방 특성상 물이 귀해 육수나 동치미 국물을 내는 것도 꽤나 사치였다. 이런 것이 복합돼 함경도에선 주로 비빔냉면을 먹었다. 함흥냉면 전문점에서는 전분 100%로 면을 뽑는다. 대부분 고구마 전분을 이용한다. 고구마는 가격 대비 상품력이 좋으며 쫄깃한 식감을 내는데 적절하다. 유통업체에서 대량으로 공급하는 면은 전분 함유량이 9% 미만으로 한 그릇 당 평균 원가가 3000원대다.
서울시 마포구 마포세무서 부근 을밀대평양냉면은 일반 냉면과 다르게 육수가 밍밍하지 않고 달작지근하다. 얇게 저며 나온 수육은 냉면의 맛을 더해준다. 가격은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1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평안도 실향민 1~2세대로 이어지는 45년 역사의 가게로 사계절 내내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이 곳 냉면의 특징은 메밀 함량이 높아 메밀국수 고유의 구수한 맛을 잃지 않는데 있다. 최근 젊은 고객층이 늘어나면서 전분 함량을 조금씩 늘려 변화를 주고 있다. 다른 평양냉면보다 면발이 다소 굵은 편이다.
예부터 이 가게를 찾은 사람들로부터 맛이 변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과거 육수를 삶던 가마솥의 크기를 3~4배 키우면서부터 예전의 그 맛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필동면옥은 충무로역 부근에 위치했으며 함흥식 냉면을 선보인다. 이 곳 사장은 을지로의 을지면옥 주인과 형제관계로 육수에 면과 계란, 고기, 파, 고춧가루를 뿌리는 게 둘다 비슷하다. 무초절임과 신김치가 밑반찬으로 제공되며 메밀을 자가 제분해 사용하다보니 면수가 먼저 나온다. 면발을 부드럽고 차지며 국물 맛은 약간 심심하다. 물냉면도 인기지만 비빔냉면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양념장이 무겁지 않고 달며 마늘, 대파, 양파 등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격은 1만원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 수육이 동시에 냉면에 올려진다.
평래옥은 오전 11시 오픈과 동시에 줄을 서야 먹을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1950년 개업했으며 2008년 폐업했다가 2년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고기 육수를 이용한 필동면옥과 달리 닭으로 냉면 육수를 낸다. 냉면을 주문하면 면수 대신 육수가 나온다. 메밀의 함량이 높아 면이 쫄깃하고 굵은 편이다. 수육, 계란, 배추김치 등이 고명으로 나오며 육수를 끓이고 남은 닭무침이 기본 반찬으로 제공된다. 가격은 8000원으로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우래옥은 1946년 개업한 한국 평양냉면의 원조다. 을지로4가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식사시간이 아니더라도 20분정도 기다리는 것은 대수롭지 않다. 냉면집으로는 드물게 하얀 도자기 그릇에 냉면이 나오며 식전 한 모금 마시는 면수는 구수하다. 면은 메밀 함량이 높으며 반찬으로 나오는 배추 겉절이도 인기다. 가격은 1만2000원이며 다른 곳에 비해 찾는 손님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유명 냉면집 가격이 대부분 1만원대로 되면서 소비자들은 충성 고객들을 상대로 배짱 영업을 한다며 불만이다. 예전엔 서민음식으로 부담 없이 찾았지만 이젠 귀족음식으로 대접해야 될 수준까지 올랐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박집은 대부분 매장을 소유해 임대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식자재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영세업체보다 싼 값에 들여올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냉면의 고가 정책에 대해 한식 고급과의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파스타나 쌀국수가 2만원대에 판매되는 것에 비해 냉면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형화가 가능한 냉면에 비해 고객 취향에 맞는 요리를 해야 하고, 만드는 시간도 길어 양자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부산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한 밀면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등장했다. 실향민이 고향의 냉면이 그리워 값이 싼 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는 부산과 경남에서만 밀면집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도 드물게 밀면 가게를 찾아볼 수 있다. 메밀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냉면과 밀면은 같은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막국수는 메밀국수가 평양과 서울로 이어지면서 냉면이란 이름을 얻는 동안 강원도에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 크게 보면 막국수나 냉면이나 다를 게 없다. 메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국수틀에 눌러 빼어 끓는 물에 삶아 냉수에 3~4번 헹구면 면이 완성된다. 김치, 오이, 깨소금, 고춧가루 등을 뿌리면 전통 막국수가 된다. 냉면에 비해 식감은 거칠며 대부분 강원도의 막국수집은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부터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