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은 “5주간 맛집으로 알려진 수도권 곱창볶음 전문점 25곳에서 곱창볶음을 수거해 확인한 결과 18곳의 돼지곱창에서 돼지의 변과 소화되다 남은 옥수수 찌꺼기, 돼지 털 등 이물질이 곱창 안쪽에 남아있었다”고 보도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따르면 곱창이 깨끗한 겉면과 달리 안쪽에는 사람이 먹으면 안되는 물질들이 그대로 남아 유통됐다. 3개월 뒤 이 방송사는 해당 가공업체의 위생상태가 개선됐는지 살펴보기 위해 공장으로 찾아갔지만, 업체는 간판을 내린 상황이었다.
곱창은 막창, 벌양, 처녑, 대창 등과 더불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별미로 인정받는다. 이들을 이용한 요리는 기원전 2000년경 신석기시대 농경이 시작되면서 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내장요리는 영국계 앵글로색슨계 민족은 먹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본초강목에 이들 음식이 이질을 낫게 하고, 술독을 풀어준다고 언급된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부터 식용으로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서울의 교대 거북곱창, 왕십리 곱창골목, 합정동 곱창골목, 구리 돌다리 곱창골목 등에 20년전부터 전문 음식골목이 들어섰다. 1990년대 후반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곱창·막창전문점이 출현할 정도가 됐다.
소는 위가 네 개인 반추동물이다. 따라서 위 별로 이름이 따로 붙는다. 소가 먹은 음식물이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곳이 양(양곱창·양깃머리)이다. 이 부위는 두툼하고 고소해 소고기 구이 요리 중에서도 특상품으로 꼽힌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허약한 사람들의 보양식으로 예부터 애용됐으며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주로 껍질을 벗겨 갖은 양념을 해 재워두었다가 숯불에 구워 먹는다.
두 번째 위는 벌양이다. 벌집과 비슷한 생김새로 해장국을 먹다보면 격자무늬의 검은색 부위가 이것이다. 맛은 그다지 좋지 않아 구이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세 번째 위는 처녑(어원은 천엽)이다. 얇은 잎 모양의 내장이 다닥다닥 모여 붙어있는 모습이다. 천엽은 수많은 꽃잎으로 둘러싸인 겹꽃잎을 칭하는 말인데, 소의 세 번째 위가 흡사 겹꽃잎과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엄밀히 꽃을 말할 때는 천엽, 소의 위를 가리킬 때는 처녑이 맞는 말이지만 오늘날 두루 통한다. 구워 먹기보다 깨끗이 손질해 생으로 주로 먹는다. 참기름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부위는 막창이다. 원래 막창은 위에서 항문에 이르는 창자를 모두 일컫는 말이었지만, 소의 경우 마지막 위를 뜻한다. 홍창으로도 불리며 살코기보다 칼슘 함량이 높고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식품으로 어린이의 성장부진 및 구루병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성인의 골다공증 및 골연화증 예방에도 좋다. 위벽보호, 알코올분해, 소화촉진 등에도 도움이 된다. 소 한 마리에 생산량이 20~400g으로 다른 부위에 비해 적은 편이며 탕이나 구이로 주로 먹는다.
돼지의 경우 창자 마지막 부분으로 주로 구이용으로 이용된다. 약 250~300g 정도로 극히 소량이 생산되며 칼슘 함량이 소고기보다 월등하게 높다.
대창은 소의 큰 창자로 곱창보다 관리하기가 쉬워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고소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으로 내장구이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불포화지방 함유량이 높아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속이 꽉 찰수록 뛰어난 품질로 평가받는다.
곱창은 소의 소장을 뜻하는 말로 북한에서는 ‘곱밸’이라고 부른다. 밸이 창자를 뜻하는 고유어이므로 둘은 의미가 같다. 곱 속엔 창자 안 소화액 덩어리가 지방과 섞여져 있다. 튜브 형태로 탄력섬유가 많아 주로 굽거나 우려 먹는다. 한국에서는 술안주로 인기가 좋지만 외국에서는 수프, 스튜, 바비큐 등의 요리에 들어간다. 다른 살코기에 비해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돼지곱창은 소곱창보다 육질이 연하고 특유의 냄새도 강하다.
곱창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각종 영양물질이 풍부해 열량을 많이 소모하는 사람에게 뛰어난 영양식이다. 성장기나 노인들의 영양보충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돼지고기는 성질 차서 몸이 찬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게 좋다. 곱창 안에는 기생충인 갈고리촌충 등 기생충 알이 존재할 수 있어 날로 먹거나 덜 익은 것은 절대로 섭취하면 안된다. 사상의학에서는 돼지고기를 소양인의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소음인 체질이나 태음인 체질은 과식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다.
단백질과 효소가 많아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를 제거하려면 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는 게 중요하다. 핏물이 깨끗이 빠지면 마늘이나 생강으로 냄새를 없앤다. 이때 조미용 술이나 후춧가루, 산초 등 향신료를 기호에 따라 사용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곱창 표면의 흰 굳기름을 떼어낸 다음 밀가루와 왕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주무르고 여러번 씻어 곱창 특유의 냄새를 없애야 한다. 밀가루는 나쁜 냄새를 흡수해 양과 곱창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곱창은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주며 어지럼증(저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적혀져 있다.
곱창의 가격은 소 매매가가 내려가도 쉽게 떨어지지 않으며 가격도 비싸다. 음식값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대학교 주변 곱창집에서 판매하는 곱창의 가격은 1인분(200g 기준)에 1만7000원 가량이다. 비싼 곳은 1인분(180g 기준)에 2만8000원까지 판매한다.
소나 돼지의 다른 부위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이유는 중간 유통단계인 ‘중도매인조합’의 영향이 크다. 곱창이 소에서부터 발라지면 1차 도매업체로 넘어가기 전에 소를 사들이는 중도매인조합으로 서류상으로 넘어간다. 이 조합은 서류로만 받은 곱창을 자신들이 지목한 1차 도매업체에 넘기면서 소 한 마리 부산물 당 2만~3만원의 현금을 받아 챙긴다. 쓸데없는 유통단계가 자리잡고 있으니 공급가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소 부산물의 60% 물량을 15개 안팎의 특정 도매업체가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중도매인조합과 대형 도매업체라는 두 집단이 물량을 독식하는 한 곱창의 유통가와 소비자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쇠고기가 도축 이후부터 자유경쟁 체제로 도매업체에 넘어가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어서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