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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시장까지 키운 ‘허니버터칩’ 효과 … ‘미투 상품’도 대박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4-07 16:58:16
  • 수정 2016-02-12 14: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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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200억원 매출, 오히려 해태제과 수익은 감소 … 일부 마트서 ‘인질 마케팅’ 폐해

해태제과는 최근 3년 만기 약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이 시설투자 및 운영에 필요한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수요 예측에서 7배에 가까운 투자수요 총 약 2700억원이 몰렸다고 3일 밝혔다. 이에 채권 발행 규모를 최대 6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산정금리)보다 0.4% 이상 낮은 2.28%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도 현 ‘A-‘(상위 7위 등급)에서 한 단계 오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해태제과의 회사채 발행 흥행 성공 원인으로 ‘허니버터칩’으로 꼽힌다. 이 제품은 최근 국내 제과시장에서 오랫만에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만년 제과시장 3위였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잡기 위해 경쟁기업들은 앞다퉈 ‘미투 상품’(인기 브랜드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희소성 전략이 가장 잘 통한 사례로 꼽는다. 사람의 심리상 쉽게 구할 수 없고 수량이 한정돼 있다 느끼면 필요 없는 물건도 괜히 갖고 싶어진다. 구하기 힘드니 사람들은 SNS에 자랑하듯 인증사진을 올리고 이를 본 사람은 먹고 싶어 찾으러 나서는 것이다.

해태제과는 지금까지 이런 전략을 의도치 않게 지속했다. 생산라인이 농심, 오리온 등 경쟁 업체에 비해 적어 더 만들고 싶어도 그렇지 못했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해태가르비가 약 40억엔(약 364억원)을 투자해 내년 봄부터 과자 생산량을 기존의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품귀현상도 내년이면 수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허니버터칩 대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자에 망설였던 이유는 2011년 한국야쿠트트의 ‘꼬꼬면’ 사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야쿠르트은 자사의 꼬꼬면이 흰색 라면국물 열풍을 이끌며 인기를 누리자 약 500억원을 투자해 라면공장을 증설했다. 하지만 꼬꼬면의 인기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고 빠르게 열풍이 식자 대규모의 투자는 결국 대실패로 끝났다.

허니버터칩은 기존 감자칩과 다르게 첫맛은 달콤하고 뒷맛은 고소하다. 혹자는 ‘아기 분유맛’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제품에 들어가는 꿀은 프랑스산 고메버터다. 과자에 단맛을 내려면 주로 설탕, 포도당, 올리고당 등을 사용하는데 부드럽게 올라오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꿀을 넣었다.

허니시리즈는 크게 허니버터칩과  ‘허니통통’과 ‘허니자가비’로 나뉜다. 허니버퍼칩이 대박이 나자 동생격인 허니통통과 허니자가비를 나란히 선보였다. 허니버터칩은 해태가루비가 생산한 제품이다. 해태가루비는 2011년 일본 가루비와 해태제과가 1대1 비중으로 합작해 세운 회사로 허니버터칩을 팔아서 나온 이익을 해태제과와 해태가루비가 나눠 가진다. 허니통통·허니자가비는 해태제과가 자체적으로 만든 제품이어서 수익의 100%가 이 회사로 돌아간다. 

이같은 이유로 스낵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허니버터칩이 소문만큼 해태제과에 ‘노다지’를 안겨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6800억6300만원의 매출과 약 253억32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3년에 비해 각각 5.5%와 24.7%가 줄어든 수치다. 허니버터칩이 출시 이후 5개월 동안 약 200억원의 매출을 보탰지만 수익은 오히려 떨어졌다. 관계자들은 해태제과가 일본 가루비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되는 허니버터칩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허니통통·허니자가비의 생산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의 대박은 스낵시장 크기까지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AC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지난해 스낵시장 매출은 2013년 대비 약 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 속에서 이뤄낸 깜짝 성장이었다. 하지만 스낵시장의 매출 1위는 허니버터칩이 아닌 농심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였다. 미투상품이 원조상품을 제치고 선두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태제과 측은 이 통계는 일부 상점의 매출이 포함되지 않아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0일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는 가격배틀 쇼핑 ‘다이나믹 프라이스’를 통해 오전 11시와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허니버터칩 10봉지씩을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약 2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며 소비자가격이 1500원의 5배에 달하는 6500원까지 올랐다. 네티즌들은 인터파크의 마케팅 방식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비판했다. 

허니버터칩으로 시작된 허니 열풍은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다른 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4일 허니버터칩 쿠션을 출시하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전 특가 판매를 펼치고 있다. 쿠션의 크기는 과자 봉지보다 조금 크며 에코백 재질로 화학물질, 잉크냄새 등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일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제품과 묶어 파는 ‘끼워 팔기’ 또는 ‘인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영리한 상술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범죄다. 해당 법 23조 등은 거래상대방(소비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원치 않은 제품까지 함께 사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선 미샤가 지난 1월 허니버터칩에 들어가는 프랑스산 고메버터 등을 사용한 ‘허니버터팩’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출시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1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킨푸드도 ‘로열 허니 프로폴리스 에센스’, ‘로열 허니 커버 바운스’ 등의 제품에 꿀을 첨가하며 허니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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