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연구팀 28주 미만 태아 대상 연구 … 면역글로불린A 증가, 인터루킨 등 염증물질 낮춰
김한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왼쪽)과 이주영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엄마로부터 나오는 소량의 초유를 출생 직후 미숙아의 구강점막에 묻혀주면 면역력을 높이고, 패혈증 위험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는 분만 후 4~7일 처음으로 배출되는 모유로 농도가 짙고 황색을 띤다.
산모의 젖샘과 주위에 분포된 혈액과의 연결 부위가 느슨해 많은 면역인자들이 초유 속으로 배출된다.
김한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주영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재태 28주 미만으로 출생한 초미숙아를 대상으로 각각 아기 엄마로부터 출산 직후 배출되는 초유를 받아 비교군(24명)의 구강인두(양쪽 볼 점막)에 오른쪽 0.1㎖, 왼쪽 0.1㎖씩 투여했다. 이같은 방법을 3시간 마다 72시간 동안 반복했고, 대조군(24명)에는 증류수 0.2㎖를 같은 방법으로 주입했다.
구강인두는 인체 내부가 외부와 만나는 점막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점막면역 림프조직에서는 면역글로불린A, 락토페린, TGF-beta 등 여러 면역인자들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바이러스·진균 등을 1차적으로 방어한다.
초미숙아는 1차 방어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로 태어난다. 더구나 입속에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기관삽관 튜브, 모유·분유를 공급하는 장관영양튜브를 설치하는데 여러 이물질이 구강 속에 있으면 점막 방어벽이 쉽게 손상되고 감염경로로 변할 우려가 있다.
연구팀은 초미숙아의 구강인두로 초유를 투입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개시 1주째 요중 면역글로불린A 농도가 초유 투여군에서 71.4ng/g으로 대조군(26.5ng/g)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면역글로불린A는 혈청성분 중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체로 점막으로 침입하는 감염을 억제한다.
신체 방어역할에 큰 도움을 주는 요중 락토페린(lactoferrin)의 농도도 대조군은 0.9ng/g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는 3.5ng/g으로 높게 나타났다. 락토페린은 초유에 함유된 항균·항바이러스 물질로 모유를 통해서만 신생아에게 공급되며 면역기능 외에도 세포증식, 염증 억제 등의 기능을 한다.
2주째엔 체내에서 가장 중요한 염증인자로 알려진 요중 ‘인터루킨-1베타’(interleukin-1β)의 농도가 대조군에서는 91.8ng/g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 55.3ng/g로 더 낮았다. 이는 미숙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을 매개하는 물질이다. 더불어 임상적 패혈증 발생률도 대조군에서는 92%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는 50%로 낮았다.
그동안 초유의 면역보호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돼 왔다. 다만 초미숙아는 출생 직후 수일 동안 생체활력 징후가 불안정하고 장이 미숙해 초유를 먹지 못한다. 튜브로 모유나 분유를 공급하는 장관영양법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경우 초미숙아의 구강인두에 초유를 묻혀주면 초유의 여러 면역인자들이 구강 속에 존재하는 ‘점막면역 림프조직’과 상호작용해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김한석 교수는 “초유의 장점은 많이 알려졌지만 초유를 먹지 못하는 초미숙아를 위한 방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미숙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교수는 “좀 더 명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출산 직후 며칠 동안 매우 소량의 초유를 구강인두에 묻혀주는 것만으로도 미숙아의 면역기능을 잠재적으로 높여줘 패혈증, 폐렴, 괴사성 장염 등이 나타나는 것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소아과학회지(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미국소아과학회지는 세계 소아청소년과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저명한 의학지로 한국에서 논문이 실린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