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000m 히말리아 협곡에 자리 잡은 도타랍은 차도 드나들지 못하는 오지 마을이다. 2000여명의 주민들이 네팔 속의 티베트인으로 살고 있다. 조용한 이 마을은 5월이면 외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약 20일 가까이 걸어오는 이도 있다. 이들은 험한 히말라야 산길을 두 발로 걸어 구석구석 숨어 있는 동충하초(冬蟲夏草)를 캔다. 티베트 지방의 자연산 박쥐나방동충하초는 ㎏당 약 4000만~50000만원으로 약용버섯류 중 가장 비싸다.
동충하초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계기는 1994년이다. 중국 육상선수단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각 종목 우승을 휩쓸었는데, 그 비결 중 하나가 선수들이 동충하초로 만든 영양제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동충하초가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도와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주고 에너지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됐다는 것이다.
동충하초는 약용버섯으로 중국 진시황제와 양귀비가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산삼, 녹용 등과 함께 3대 보약으로 여겼다. 하초동충으로도 불리며 대부분 곤충에 기생해 숙주가 되는 곤충의 시체에 균류(菌類)의 포자형성체인 자실체(子實體)를 낸다. 숙주가 되는 곤충은 나비목, 매미목, 벌목, 딱정벌레목, 메뚜기목, 거미목 등이다.
중국의 동충하초 시장은 약 15억위안(약 2717억원)으로 추산된다. 관련 제품 생산량은 2012년 추정 약 8000t로 매년 약 2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1만9000t의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약 900억원대로 초기에는 건조분말이나 추출액 등으로 주로 유통됐다. 2000년대 들어 클로렐라, 홍삼 등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가 정체상태에 빠져들었다.
세계적으로 약 400여종이 보고됐다. 한국에서는 약 100여종이 알려져 있다. 고대로부터 약리적 가치를 인정받아 온 동충하초는 박쥐나방동충하초(Cordyceps sinensis), 번데기동충하초(Codyceps militaris) 등 10여종에 불과하다. 대부분 현대약리학 연구는 박쥐나방동충하초와 번데기동충하초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누에에 기르는 눈꽃동충하초(Paecilomyoes Japonica)의 경우 중의학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 청나라 ‘본초종신’에서는 ‘동충하초는 폐를 보고하고 신장을 튼튼히 하며 출혈을 멈추게 한다’고 기록됐다. 일본의 ‘본초서’, 한국의 ‘동의보감’·‘본초강목’에도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다.
동충하초는 맥이 약하고 음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좋은 약재가 될 수 있다. 면역증강, 항염, 항암, 항노화, 항아토피, 항바이러스, 간기능 및 혈류개선 등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평소에 몸에 열이 많거나 감기 기운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음식 재료로 사용될 만큼 약성이 부드러워 아직까지 치명적인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효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동충하초 유래 생리활성물질을 규명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동충하초를 대표할 수 있는 유용 생리활물질과 의약품으로 개발된 물질은 ‘코디세핀’(Cordycepin)과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다.
코디세핀은 번데기 동충하초에서 1951년 분리된 핵산계 항생제로서 항노화, 항세균, 항말라리아, 항암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이는 천연물질이다. 사이클로스포린은 1971년 딱정벌레에 기생하는 동충하초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장기이식 수술에 쓰이는 가장 우수한 생리활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사이클로스포린을 함유한 의약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약 5조원 규모로 평가받는 세계 면역억제제 시장의 약 80%를 점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의 경우 약 4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곤충에서 키우는 동충하초 대신 현미에서 키워낸 ‘현미 동충하초’도 등장했다. 동아제약은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풍부한 현미에다가 동충하초균을 접종해 천연항생물질인 코디세핀 함량을 높인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였다. 4주간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NK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 등 각종 인체 면역세포의 활성이 약 11% 증가하고 세포의 증식도 약 27%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제품들이 엑기스·생초·건초·분말 형태인 것과 달리 알약 형태로 출시돼 휴대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