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암조직내 대식세포가 암세포 성장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넘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새 치료제 개발에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대식세포(macrophage)의 ‘PPARdelta(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δ, 퍼옥시좀증강제 활성화수용체델타)’라는 전사인자가 활성화되면 오히려 암세포 성장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PPARdelta를 차단하면 암세포 성장이 억제됨을 증명했다.
이어 PPARdelta가 발현되지 않는 생쥐(실험군)와 PPARdelta가 발현되는 생쥐(대조군)에 폐암세포를 이식한 뒤 2주 후 암세포 크기를 분석한 결과 실험군은 107.94㎣인 반면, PPARdelta가 있는 대조군에서는 229.45 ㎣로 나타났다. 암세포 무게도 실험군은 45㎎, 대조군은 122.2㎎로 크게 차이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폐암세포에서 발현되는 대식세포 콜로니자극인자(macrophage colony-stimulating factor, M-CSF)는 주변 대식세포에서 ‘지방산 생성 효소(Fatty acid synthase)’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PPARdelta를 활성화한다. 이런 경우 ‘IL-10’이라는 사이토카인이 암세포의 이동과 혈관 생성을 촉진하게 된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식세포가 암세포 성장 및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핵심신호전달 체계라는 사실를 입증함으로써 암치료의 새 타깃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암세포는 주변에 있는 정상 세포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자라면서 전이된다. 이렇게 암세포를 돕는 핵심 세포 중 하나가 대식세포다. 정상적인 대식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에 길들여지면 암세포의 생존과 이동 및 영양 공급에 중요한 혈관 생성을 촉진한다.
PPARdelta촉진제는 원래 대사질환치료제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의해 개발됐다가 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생산 중단됐다. 연구팀은 PPARdelta 차단제를 이용해 대식세포내 PPARdelta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인 ‘세포(Cell)’의 자매지 ‘세포리포트(Cell Reports)’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