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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담뱃값 올려놓고 웬 저가담배? … ‘오락가락’ 정책에 여론 급랭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2-22 17:04:04
  • 수정 2015-03-02 16: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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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봉초담배 도입 추진, 원가 낮추려다 건강 치명타 … 금연정책 주도 복지부 ‘전전긍긍’

최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목 아래 담뱃값을 일거에 2000원 인상했던 정부가 노인·저소득층을 위한 저가 담배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건강을 챙기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 데다가 일관성 없는 포퓰리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세수 확보를 위한 서민 증세였음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저가 담배 도입을 검토할 것을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로당 등 민생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이같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동안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그는 “검토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고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2일 “여당 원내대표가 저가담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때 가장 효과적 금연정책이 담뱃값 인상이라고 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세수 확보가 아니라 국민건강 증진이라고 했는데, 저가담배는 이런 설명을 스스로 뒤엎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도 지난 19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과세가 되고 있다”며 “봉초담배(직접 말아서 피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면 저소득층도 저렴하게 담배를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저가담배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터라 비난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일방적인 금연정책 탓에 성난 민심을 달래고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내놨다가 되레 역풍을 맞은 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저가담배는 잎담배를 썰지 않고 그대로 말아 피우는 봉초담배를 의미한다. 궐련 형태 담배가 되중화되면서 1988년 ‘풍년초’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봉초담배 가격은 100개비 기준 1만원 정도로 일반 담배의 절반도 안된다. 여기에 담배 1g에 21원씩 붙는 개별소비세를 낮추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담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이번 저가담배 논란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올해 보건소 금연프로그램 참가자 수가 전년보다 3배 많은 15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회 전반에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 저가담배가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는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설치를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24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또 편의점에 담배 광고·판매를 제한하고 금연 구역을 당구장이나 골프연습장 등 실내 체육시설로 확대하는 비가격 금연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치권과 사전 협의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추후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두달 전 국민건강을 챙기겠다며 담뱃값을 인상했다가 이제와서 노인·저소득층을 위한 저가담배를 도입하겠다는 정치권의 모습은 시민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가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봉초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니코틴·타르를 거르는 여과 장치가 없어 건강에 더 해롭다”며 “결국 저가담배 도입은 저소득층이나 노인의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가당착(自家撞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가를 낮추려면 타르 함유량이 많아 질이 떨어지는 담뱃잎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1475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기금 2조7357억원 중 5%에 불과하다”며 “과연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세 인상을 추진했는지 의구심이 생기던 참에 갑작스런 저가담배 논란을 통해 결국 담배세 인상이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내세웠지만 실은 서민 등골 파먹기였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도 벌써 저가담배를 논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담배세 인상을 최대한 저지했어야 했다”며 “저가담배 논란은 국민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저가담배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금연 관련 정책 기조가 어긋나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금연정책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을 병행해야 금연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국회는 담뱃값을 인상했으면서도 대표적 비가격정책인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저가담배가 논란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담뱃갑에 경고그림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7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지만 통과하지 못했고, 2013년엔 복지위 법안소위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예산국회에서는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제외됐다.
입법화에 대한 국회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청와대가 지난달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를 중점 법안에 포함시키는 등 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과거와 달리 복지위 내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은 편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적으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금연정책의 하나로, 작년 1월 기준 세계 55개국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 준비 중이다.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어 흡연율을 낮춘 것은 외국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실제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는 2000년엔 전체 흡연율이 24%에 달했지만 도입 후 2001년에는 22%로, 2006년엔 18%로 줄었다.

2002년 담배 경고그림을 도입한 브라질도 2003년 흡연율이 종전 31%에서 22.4%로 감소했으며, 호주도 2006년 경고그림 도입 이후 금연 상담 전화 이용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나아가 2012년 12월 세계 최초로 담배갑에 대한 어떤 홍보 또는 판촉 문구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담배포장 간소화 규제 법률’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싱가포르는 2004년 7월부터 경고그림을 도입해 1998년 15.2%였던 성인 흡연율이 12.6%로까지 하락했고, 태국의 경우 2006년 담배 경고 그립을 도입해 53%가 건강 위험을 더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담뱃갑 경고그림은 이미 효과가 입증됐고 증세도 아니다”며 “여론도 우호적이기 때문에 담배경고 그림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넣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담뱃갑 경고그림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헌법에서 보장된 개인의 권리인 흡연권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서민의 기호품인 담배에만 혐오스런운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차별 정책은 중단되야 한다”며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고그림이 반드시 흡연자를 금연하게 만든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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