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영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가슴 성형수술 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작용인 ‘구형구축(Capsular Contracture)’을 억제하는 물질을 탑재한 보형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 유방 보형물에 ‘트라닐라스트(Tranilast)’라는 약물을 주입하면 보형물 주위에서 섬유세포의 활성을 막아 구형구축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암수술은 암세포가 발견된 부위를 제거하는 절제술로 치료한다. 위암이나 간암은 최근 단일절개 복강경 등 흉터를 크게 줄여주는 수술법이 개발돼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 수술 흔적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방암수술을 환자들은 ‘여성의 상징’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남성이 성기를 잃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어린 연령대에 발병할 때가 많아 심리적 타격이 더 크다.
유방을 절제한 환자는 가슴의 모양을 수술 이전으로 만드는 유방재건술을 고려할 때가 많다. 이 수술은 실리콘 등을 재료로 하는 보형물을 가슴 부위에 삽입해 절제된 조직 대신 유방의 모양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유방재건술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인체는 이물질이 들어올 경우 주변에 피막을 형성한다. 이 피막이 과하게 형성돼 딱딱하게 굳은 것을 구형구축이라고 한다. 수술 후 가슴을 만졌을 때 촉감이 딱딱하거나, 모양이 변형되거나, 통증이 발생할 경우 구형구축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선행 연구결과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비율은 9~11%였다.
유방보형물이 삽입되면 혈액 중 혈소판이 활성화돼 ‘형질전환생장인자-베타(TGF-β; 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염증 증상이 발생하는 보형물 주위에 단핵구(Monocyte)를 불러모은다. 단핵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염증 부위에서 ‘대식 세포(Macrophage)’로 분화해 다시 ‘TGF-β’를 분비한다. 이 물질은 결국 염증 부위의 섬유화(Fibroblast)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합성된 콜라겐은 구형구축을 유발한다.
허 교수팀은 초기 혈소판에서 TGF-β를 억제하는 게 주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트라닐라스트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TGF-β가 억제돼 염증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걸론을 얻었다. 이번 연구결과 트라닐라스트는 혈소판 TGF-β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고, 단핵구의 수도 직접적으로 감소시켰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식세포의 분화는 줄고, 보형물 주변에서 발생하는 섬유모세포의 활성이 억제됐다. 결과적으로 합성되는 콜라겐이 크게 줄었고 구형구축이 억제됐다.
연구팀은 또 폴리젖산-글리콜린산(PLGA, Poly Lactic-co-Glycolic-Acid) 중합체 성분의 보형물에 트라닐라스트를 탑재하면 약물이 장기적으로 방출돼 구형구축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허 교수는 “추가적 약물 투입 없이 가슴성형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형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까다롭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만큼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 의학저널인 ‘방출조절지(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최신호에 게재됐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유방암수술 후 시행되는 재건술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유방 상실에 따른 여성의 사회·심리적 문제 등을 고려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의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여겨졌던 가슴성형이 사회적으로 필요성을 인정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