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디펩티딜펩티다제-4(DPP-4)억제제가 장기이식 환자의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철우·김용수·임선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교수팀은 면역억제제 성분인 타크로리무스(tacrolimus)로 당뇨병을 유발시킨 흰쥐를 DPP-4억제제로 치료한 군과 치료하지 않은 군으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치료군의 당뇨병 증상이 호전됐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가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장기이식 환자는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면역억제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환자의 약 30%에서 당뇨병 합병증이 생긴다. 장기이식 후 당뇨병이 오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높아지므로 신장을 재이식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당뇨병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 조절이다. 지금까지 나온 당뇨병약(혈당강하제)은 체내 혈당수치와 관계없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거나 민감성을 높였다. 장기간 복용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숫자가 줄어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한 게 인크레틴호르몬의 긍정적인 성향을 활용한 DPP-4억제제다.
정상인이 음식을 섭취하면 인크레틴호르몬이 증가하고, 이 호르몬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 환자는 인크레틴호르몬의 분비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나마 생성된 호르몬의 약 80%도 1~2분만에 DPP-4효소에 의해 무력화된다. DPP-4억제제는 DPP-4효소의 활동을 막아 인크레틴호르몬의 혈당조절 작용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다.
양철우 교수는 “지금까지는 이식수술로 당뇨병이 생긴 환자의 치료 매뉴얼이 나오지 않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DPP-4억제제가 장기이식 환자의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교수는 “DPP-4억제제는 혈당저하 효과뿐만 아니라 췌장 손상 등 면역억제제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로스원’ 지난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