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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죽을판 … 판매대행도 전전긍긍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4-07-09 23:26:43
  • 수정 2019-11-06 01: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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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럴마케팅 대신해주는 기형적 리베이트도 나타나… 식사·음주량조차 제한하기도

신약개발을 하지 않고 오리지널약을 보유하지 않는 회사는 도산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의약분업 이후 줄곧 울려왔지만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타는 불꽃에 기름을 끼얹는 공포로 업계에 다가오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라 제약사들마다 ‘정도경영’을 외치고 나섰다. 벌금형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제품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삭제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판매한 의약품 품목에 대해 리베이트 금액과 지급 횟수에 따라 최대 1년간 요양급여 적용을 정지시킬 수 있게 한 제도다. 리베이트 적발 금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처음 적발되면 최대 12개월의 급여 정지에 그치지만 2회 적발시에는 보험급여 청구가 삭제되므로 제약사들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 제도 시행 전부터 1차 식사만 허용하는 등 내부적으로 리베이트 쌍벌제 규정보다 더 까다로운 내규를 적용해왔다. B사는 접대시 1인당 소주 2잔 반 이상 금지라는 조항까지 있어 작년에 37명의 영업사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경우 ‘영업은 숫자’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영업사원의 역량 판단 기준인 매출액을 고객(의사)에 대한 제품지식과 의학자료 서비스 제공 성과 등으로 내년부터 평가할 예정이다. 실적에 급급해 편법을 동원한 리베이트 제공을 자체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리베이트를 예방하는 사내변호사 및 회계 등의 전담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같은 회사 직원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비만치료제 등을 생산하는 중소제약사 H사는 아예 식사접대 계정조차 없어지기도 했다.

국내 대형제약사들은 자율공정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정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품목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업체들은 투아웃제로 제품이 탈락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한 중소제약사 영업이사는 “현재 제품 등록비 자체가 3억원이 넘기 때문에 영세업체로서는 약제를 신규 등록하는 것도 어렵다”며 “매각을 기대하는 회사들은 안 팔리더라도 많은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야 좀 더 나은 값을 받으리라는 생각에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의 영업을 대행하는 판매대행업체(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리베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판매대행업체에게 리베이트 전달을 사실상 대행시키려던 제약사들이 투아웃제 시행으로 이 마저도 활용할 수 없게 되자 막막한 심정이다. ‘품목 삭제’라는 강수에 꼼수도 통하지 않는 형국이다.

국내 대형제약사들은 자율공정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정 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품목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업체들은 투아웃제로 제품이 탈락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한 중소업계 영업이사는 “현재 제품 등록비 자체가 3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새로 등록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있다”며 “매각을 기대하는 회사들은 안 팔리더라도 많은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야 좀 더 나은 값을 받으리라는 생각에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위 몇몇 업체들은 리베이트 금지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다시 기형적 리베이트 제공에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영세제약사에 해당하는 K제약의 경우 직원들에게 월급 대신 총판매액의 40%를 판매수당으로 지급해왔는데 투아웃제 이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영업상 묘책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각 영업사원들이 눈치껏 거점 거래처에 은밀한 리베이트를 내미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의·약사들을 상대로 한 리베이트 현금 제공을 금지하자 일부 영업사원들이 ‘몸 때우기’식 신종 리베이트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병원 소개글을 올리는 방식의 바이럴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영업사원이 제법 많다. 병원의 특장점을 SNS나 인터넷에 올리는 바이럴 마케팅은 주로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만 추진돼왔으나 최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이른바 비인기 진료과목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특성상 쉽게 적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갈수록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D 여력이나 수출, 내수가 탄탄한 상위권 제약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차원에서 정도경영 선포식을 거행하며 ‘몸조심’하란 메시지를 영업사원 등에게 각인시키는 중이다.

이에 비해 영업 환경 악화로 매출이 감소 또는 정체돼 있는 중소제약사들은 차츰 매각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각은 여의치 않고, 신약개발은 언감생심인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제약사를 포함한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보다 오리지널 제품 판매를 대신해주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도매상으로 전락해가는 조짐이다.

신약개발을 하지 않고 오리지널약을 보유하지 않는 회사는 도산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의약분업 이후 줄곧 울려왔지만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타는 불꽃에 기름을 끼얹는 공포로 업계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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