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족력·비만도·운동량·출산경험 등 대입해 발생률 산출 … 미국 게일모델보다 정확도 높아
유근영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은 한국인 여성의 개인별 유방암 발생률을 직접 계산할 수 있는 예측도구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박수경·강대희·유근영·최지엽·신애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노동영·한원식 외과 교수, 안세현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박보영 국립암센터 박사가 13년간 공동연구를 수행해 얻은 결과다.
예측도구에 환자의 나이, 유방암 가족력, 초경 연령, 첫 출산 연령, 폐경 여부, 모유수유 여부, 경구피임약 복용 여부, 육체활동량, 비만도 등 유방암 위험요인을 입력하면 향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1994~2007년 유방암 환자 4601명(비교군)과 건강한 일반인 4647명(대조군)을 대상으로 유방암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한국인 여성의 연령별 유방암 발생률을 고려해 50세 전후로 나눠 분석한 결과 50세 이하에서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정상인보다 1.12배 △초경 연령이 17세인 사람에 비해 13~16세는 1.44배, 13세 이전은 1.87배 △폐경 전은 폐경 후보다 1.74배 △첫 출산 연령이 24세 이전인 사람에 비해 24~30세는 1.16배, 31세 이상은 1.25배, 출산 미경험자는 1.08배 △모유 수유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에 비해 0~6개월은 1.25배, 모유 수유 미경험자는 0.93배 △경구피임약 복용 경험자는 미경험자보 1.24배 △운동 시간이 주 1회 미만인 사람은 주 1회 이상인 사람보다 1.33배 유방암 위험도가 높았다.
50세 이상의 경우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2.01배 △초경 연령이 17세 이상인 사람에 비해 13~16세는 1.53배, 13세 이전은 2.4배 △폐경 연령이 44세 이전인 사람에 비해 45~49세는 1.34배, 50~54세는 1.36배, 55세 이상은 1.62배, 폐경 전은 2.5배 △체질량지수(BMI) 25 미만보다 25~29.9는 1.16배, 30 이상은 2.28배 △경구피임약 복용 경험자는 무경험자보다 1.52배 △운동시간이 주 1회 미만은 주 1회 이상보다 1.84배 유방암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50세 이상인 사람은 50세 이상 위험도만, 50세 이하인 사람은 50세 이하와 이상의 위험도를 각각 계산하면 된다.
예컨대 45세 여성의 경우 유방암 가족력이 없고, 초경 연령 12세, 폐경 연령 42세, 출산·모유수유·피임약 경험이 없으며, 체질량지수 26,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위험도는 2.50(1×1.87×1×1.08×0.93×1×1.33 = 2.50)이다.
50세 때의 위험도는 9.63(1×2.40×1×1.88×1.16×1×1.84 = 9.63)이다.
계산된 위험도를 연구팀이 개발한 절대위험도 추정치에 대입하면 유방암 발생률을 알 수 있다. 예컨대 30세 여성이 내원시 위험도가 2이고 50세 때의 위험도가 20이면 유방암 발생률은 40세까지 0.35%, 50세까지 3.31%, 60세까지 8.81%, 70세까지 11.16%, 80세까지 12.12%이다.
연구팀은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형 유방암 예측도구와 미국의 유방암 예측도구인 ‘게일모델’을 대규모 일반 인구집단인 ‘한국인 다기관 암코호트(KMCC)’와 ‘국립암센터 코호트(KNCCC)’에 직접 적용했다.
두 집단에는 일반인이 유방암 위험요인에 얼마나 노출됐고 유방암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장기간 추적 관찰한 정보가 있어 예측도구를 적용할 경우 정확도를 파악할 수 있다.
게일모델을 한국인에게 적용한 결과 유방암 환자군보다 정상인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더 높게 산출됐다. 이는 한국인의 유방암을 예측하는 데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한국형 유방암예측도구를 적용하면 유방암 환자군의 유방암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1989년 미국국립암연구소(NCI)가 서양인의 개인별 유방암 예측도구인 ‘게일의 유방암 예측모델’을 발표한 후 국내 유방암 연구진도 한국형 유방암 예측도구 개발에 힘써왔다. 그러나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 10여년을 기다려야 했다.
유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근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한국인 암의 위험요인 기여위험도(PAF)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전문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