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형간염 환자에게 주로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치료제 ‘페그인터페론(Peg-IFN)’의 적합한 치료용량을 연구한 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배시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와 권정현 인천성모병원 교수팀(제1저자)은 2008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국내 14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유전자1형 C형간염 환자 178명을 대상으로 48주간 인터페론 투여량과 완치율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기존 투여량의 80%만 사용해도 100% 용량으로 치료할 때와 유사한 치료반응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이어 연구팀이 유전자 다형성과 인터페론의 용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유리한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C형간염 환자는 투여량을 줄여도 완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불리한 유전자형 환자는 인터페론 100% 용량으로 치료할 경우 완치율은 71.4%였지만, 용량을 80%로 줄이면 완치율이 최대 2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바이러스(HCV)는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만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HCV 감염 위험인자는 주사·약물남용, 주사바늘 찔림, 문신, C형간염검사를 하지 않은 헌혈 및 수혈 등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어 급성으로 걸려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일부 환자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상당수가 만성으로 악화된다. 만성간염이 되면 자연회복이 어려워지며, 간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C형간염은 매주 맞는 페그인터페론주사제와 매일 복용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복합요법으로 치료한다.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치료기간과 완치율이 다른데, 유전자1형 C형간염바이러스는 치료기간이 최소 48주에 달하고 부작용도 많은 편이다. 완치율은 50% 정도다.
특히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고 고령 환자가 많아 인터페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더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C형간염을 치료할 때 환자의 간질환 중증도, 치료 성공률, 심각한 부작용 발생위험, 동반질환 유무, 환자의 치료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배시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국내 환자의 대부분은 C형간염 치료에 유리한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 기존 인터페론 투여량의 80% 유지해도 동일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단 불리한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는 현재 투여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유전자 다형성을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투여용량 및 치료전략을 밝힘으로써 C형간염에 대한 개인맞춤화 치료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시아·태평양 공식 간학회지인 ‘국제간장학저널(Hepatology international)’ 지난해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