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길이 비(比)가 성인의 폐기능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태범 가천대 길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박이내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뇨기과수술을 받기 위해 폐기능검사를 한 남성 162명과 여성 83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 비와 폐기능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손가락 길이 비가 작을수록 폐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손가락 길이 비는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눈 값으로 이는 검지가 약지에 비해 짧을수록 폐기능이 약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손가락 길이 비: 성인 폐기능의 예측인자(Second to fourth digit ratio: a predictor of adult lung function)’ 논문은 ‘아시아남성과학회지(Asian Journal of Andrology)’ 1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남자아이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검지보다 약지가 길어진다. 또 여자 아이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 검지와 약지의 길이가 같아지거나 약지보다 검지가 더 길어진다. 실제로도 대다수의 남성은 검지보다 약지가, 여성은 약지보다 검지가 길다.
이는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약지가 긴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남성적 성향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약지가 긴 여성일수록 옷 구매에 관심이 적으며 편안하고 활동적 의상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와 반대로 검지가 긴 남성일수록 외모 치장에 많은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가설들이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다수의 연구논문과 전문가들은 이를 두둔하는 편이다.
김태범 교수는 비뇨기과적 문제로 수술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남성 144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와 음경 길이를 비교 측정한 결과 검지보다 약지가 더 길수록 음경의 길이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논문을 는 2011년 7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국적, 인종 등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향은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김 교수팀은 2010년 7월 세계 최초로 ‘영국 비뇨기과학회지(BJU International)’에 손가락 길이 비와 전립선암과의 관련성을, 2011년 7월에는 손가락 길이 비와 성인 음경크기와의 관련성을 담은 연구결과를 아시아남성과학회지에 게재했다. 또 2012년 7월에는 손가락 길이 비와 전립선비대증 약물치료 반응과의 관련성을 영국 비뇨기과학회지에, 같은 해 9월에는 손가락 길이 비와 전립선암 악성도와의 관련성을 ‘브라질 비뇨기과학회지(Int Braz J Urol)’에 게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