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이 기존 수술법과 생존율은 비슷하고 부작용 위험은 오히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회복속도도 더 빨랐다. 이는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혈관의 조기폐색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의 주장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다. 이원용 한림대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은 2001~2005년 이 병원에서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Off-Pump Coronary Artery Bypass Surgery, OPCAB)을 받은 107명을 평균 133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기존의 인공심폐기 사용 관상동맥우회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 CABG)과 비교했을 때 염증, 출혈, 중풍 등 부작용이 더 적었으며 생존율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의 장기성적을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7~8일 개최된 45차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에서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의 조기 및 장기 성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심장근육에 혈액·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졌을 때 다른 부위의 혈관을 이용해 피가 관상동맥을 거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드는 수술이다. 계속 움직이고 있는 심장에 몇 ㎜굵기의 혈관을 꿰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보통 인공심폐장치를 달고 체외순환을 시킨 다음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봉합한다. 이에 비해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은 안정기(stabilizer)라는 기구를 심장 표면에 흡착시켜 수술 부위의 움직임만을 제한한 뒤 나머지 심장 부위는 움직이고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실시한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로 남성이 59명, 여성은 48명이었다. 관상동맥우회술에는 흔히 가슴벽의 내흉동맥, 팔의 요골동맥, 다리의 복제정맥이 사용된다. 조사결과 연구에 참가한 107명 중 내흉동맥 103명, 북제정맥 56명, 요골동맥 54명 순으로 이들 혈관이 이식편으로 사용됐다. 총 문합혈관은 253개였으며 이식편은 평균 2개가 사용됐다.
추적관찰 기간 중 사망자는 19명, 평균 생존기간은 132.9개월이었다. 사망원인은 암 7명(36.8%), 심장질환 5명(26.3%), 뇌혈관질환 5명(26.3%) 순이었다. 이 기간 동안 만기 누적 생존율은 79.0%였다.
기존의 관상동맥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혈액이 외부의 관에 노출돼 염증, 수술 후 출혈, 중풍 등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고 환자의 회복속도가 빠르다. 또 동맥경화가 심해 인공심폐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도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이원용 교수는 “지금까지 무인공심폐관상동맥우회술은 박동 중인 심장에 혈관을 연결하기 때문에 수술 후 혈관의 조기 폐색(막힘)이 발생해 장기적으로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기존의 관상동맥우회술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치료성적을 입증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