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일수록 ‘상급병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상급병실료가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상급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당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택진료도 환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율은 59.1%에 불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윤석준 고려대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7월 입원한 환자 1만여명과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 1461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의 83.6%가 상급병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상급 대형병원일수록 상급병실이 차지하는 비중과 상급병실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병실 비중은 평균 74.1%였으며, 이는 일반병상에 대한 환자의 요구도인 82.2%보다 낮은 수치다.
상급병실 비율은 상급종합병원이 64.9%, 종합병원 72.6%, 병원급은 77.8%였다. 일반병상에 대한 환자요구도는 각각 84.7%, 85.8%, 76.1%로 대형 병원일수록 두 수치간 격차가 심했다.
특히 상위 5개 기관의 경우 일반병상 비율이 58.9%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병상 요구도인 85.9%에 비해 27.0%p나 적은 수치다. 일반병상 가동률이 93%로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일반병실을 이용하기 위해 1일 평균 63명이 2.8일 정도 대기해야 했다.
또 같은 규모의 상급병실인 경우 대형 병원일수록 가격이 비쌌다. 예컨대 상위 5개 병원의 2인실은 최고 22만4000원, 최저 7만8000원으로 상급종합병원 평균의 1.7배 수준이었다.
병실 규모로는 2인실이 30.0%, 1인실(특실 포함)은 23.4%로 전체 상급병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인실 비중은 상급종합병원이 45.5%, 상위 5개 병원은 61.6%였다.
2012년 기준 상급병실료의 차액 규모는 총 1조147억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이 4415억원, 종합병원 3360억원, 병원 2371억원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차액료는 전체 병원급 이상 총수입의 4.2%, 비급여 총수입의 1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결과 많은 환자가 일반병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상급병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상급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59.5%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상급병실을 평균 1~3일간 이용한 후에야 일반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선택진료는 상급종합병원의 100%, 종합병원 41.4%, 병원에서는 12.2%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료의사 3만4330명 중 선택진료 자격을 갖춘 의사는 1만3403명(39.0%)이었다. 이 중 실제 선택진료 의사는 9878명으로 선택의사 지정률은 평균 73.7% 수준이었으며, 특히 이비인후과는 지정률이 90%에 달했다.
전체 환자의 40%가 선택진료를 이용했으며, 상위 5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이용률이 93.5%였다. 2012년 기준 선택진료비 규모는 1조3170억원으로 의료기관 수입의 6.5%, 비급여 수입의 23.3%로 추정됐다. 또 전체 선택진료비 중 70.5%는 상급종합병원에서, 24.7%는 종합병원에서, 4.2%는 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택진료비에서는 처치·수술료의 비중이 37.2% 가장 높았다. 진료지원 과목인 영상진단·검사·마취항목 등은 41.4%를 차지했으며, 이 비율은 대형기관일수록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진료 환자 중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율은 59.1%에 불과했다. 또 선택진료 환자의 64.8%, 일반진료 환자의 60.7%가 진료에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대상자의 67.5%가 선택진료제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병원에 방문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비율은 36.9%에 불과했다. 8개 항목별 비용부과 방식의 경우 34.0%만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 제공함으로써 상급병실료 및 선택진료비 관련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